제도권 진입 초기…담보 볼 수밖에
2월 부동산 연체율 8.75%로 급등
"올해는 리스크 관리에 집중할 것"
지난해부터 이어진 부동산 경기 침체로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계(P2Pㆍ온투업)에도 부실 우려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법정 자본금 요건을 채우지 못해 줄폐업 위기에 몰렸다 살아난 P2P 업체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으로 또 한 번 위기에 봉착한 상태다. 온투업 전체 대출에 부동산 관련 대출이 70%가 넘는 상황을 고려하면 이번 위기를 넘기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3일 온투업 중앙기록관리기관 P2P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온투업계 상품유형별 대출잔액은 부동산 PF와 부동산 담보 대출 비중이 72.3%에 달했다. 개인신용대출(12.6%)과 비교하면 대부분의 온투업계가 부동산PF로 영업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부동산PF 대출은 개인 혹은 회사의 신용도나 담보 대신 부동산 사업계획의 수익성을 보고 돈을 빌려준다. 부동산 경기가 호황이라면 문제가 없지만, 반대일 경우엔 원금 찾기도 어렵다.
업계는 투자자 입장에서 가장 선호하는 대출 형태가 ‘부동산’이기 때문에 대출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설명한다. 온투업계 관계자는 “업체들이 중금리 신용대출을 확대하고 싶어도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 시 리스크 측정이 어렵기 때문에 (중금리 대출 상품이) 매력적이지 않아 꺼린다”며 “온투업이 제도권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적고 담보가 눈에 보이는 부동산 관련 대출이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중금리 대출 등에 투자를 늘리려면 일정 수준의 리스크를 감수할 여력이 되는 기관투자 확보가 중요한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온투업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투자자와 대출이 필요한 이들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2019년 11월 제정된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 2020년 8월 시행되면서 온투업이 제도권에 들어왔다. 금융당국은 온투업계에 중·저신용 서민층과 중소기업이 자금난을 뛰어넘을 ‘징검다리’ 기능을 당부했다. 지난해 11월 간담회에서 권대영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은 “어려운 경제, 금융 환경일수록 중·저신용 서민층과 중소기업을 위해 중금리 대출을 공급하는 P2P 대출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부동산 PF대출 쏠림 현상이 뚜렷한 온투업계 주 이용자가 중저신용자들이라는 게 문제다. 온투업협회 집계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부동산담보대출 연체율은 8.75%로, 지난해 6월 말(1.87%)과 비교하면 8개월 새 7%포인트(p)급등했다.
업계 전체 평균 연체율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같은 기간 평균 연체율은 7.58%로 지난해 6월 말(3.02%)보다 4.56%p 뛰었다. P2P 대출의 경우 대환이나 대출 연장이 어렵다. 이렇다 보니 이자 상환 능력은 있어도 원금 상환 능력이 없는 차주들은 연체가 발생할 수 있다. 온투업계 상품은 기관 투자가 막혀 있어 대출 상품 대부분이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으로 집행되다보니 개인 손실로 고스란히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업권법 교통정리 문제로 기관투자자 모집이 어려워지고 플랫폼 광고를 ‘중개’로 유권해석하면서 개인투자자 모집까지 힘들어진 게 (온투업계의) 규모 성장을 저해했다”며 “최근에는 고금리로 인해 부동산 경기 악화와 연체율 급등으로 투자자 모집이 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온투업계는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 조치가 빠르게 이뤄지기를 바라고 있는 상태다. 조치가 늦어지면 올 하반기부터 무너지는 온투업체도 나올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업계 7위 규모의 온투업체 그래프펀딩도 지난해 말 부동산 시장 악화로 폐업 선언을 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보험사 등 다른 금융업권에 비해 시장 규모 자체가 작기 때문에 부동산PF 대출 부실로 인한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작다”면서도 “특히 올해 부동산PF 대출 상품의 경우 신규 상품을 내놓기보다 기존 상품 상환에 집중하는 등 연체율을 방어하는 형태의 운영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