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원대’ 옛말…고유가 재현
정부, 유류세 인하 폐지 검토
일각선 “도매가 공개 정답 아냐”
수개월 동안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던 주유소 기름값이 최근 반등하면서 소비자들의 부담이 다시 커지고 있다. 주요 산유국들이 모인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의 감산 발표 이후 국제유가가 치솟고 있는 데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 단계적 폐지를 검토하고 있어 한동안 기름값 상승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13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OPEC+는 내달부터 하루 116만 배럴 규모의 자발적 추가 감산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번 감산은 지난해 10월 OPEC+ 회의에서 결정된 대규모 감산 정책과 별도로 실행되는 추가적인 조치다. OPEC+는 지난해 10월 하루 원유 생산량을 단계적으로 하루 200만 배럴 줄이기로 합의했다.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 조치에 따라 국제유가도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서는 등 상승 폭을 높이고 있다.
북해 브렌트유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1.72달러 오른 87.3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두바이유도 같은 기간 1.05달러 높은 85.58달러에 마감했다. 국제유가는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70달러 선에 거래되면서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갔지만, 감산 발표 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제유가가 치솟으면서 1500원대에 휘발유를 판매하는 곳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휘발유와 경유의 주유소 평균판매가격은 리터당 1639원, 1538원으로 열흘 전보다 각각 2.69%, 1.25% 올랐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유류세 인하 조치가 이달 말 종료를 앞둔 만큼 기름값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국세 수입이 4년 만에 전년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치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현재 휘발유와 경유의 유류세를 각각 25%, 37%씩 인하하고 있는데, 경유 인하 폭을 낮춰 휘발유와 맞추거나 휘발유·경유 인하 폭을 15~20% 수준까지 일괄적으로 낮추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정부는 기름값 안정을 위해 도매가 공개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유업계의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들의 도매가격에는 핵심 영업비밀이 포함돼 있을뿐더러 이를 일률화하는 것은 시장 논리에 어긋난다”며 “정유사들은 이미 오피넷을 통해 정유사와 주유소별 가격 정보를 공개하고 있고, 도매가 공개 범위 확대로 가격 인하 효과보다는 부작용 우려가 훨씬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