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주선 강남대 정경대학 교수(법학‧철학 박사, 디지털금융법포럼 부회장)
데이터 3법 개정, 의료데이터 이용 길 열어
‘3조4000억 의료DB 보유’ 건강보험은 빠져
“난임 등 데이터 기반 보험상품 개발 나서야”
디지털 기술 발전은 지식자산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서 새로운 가치와 부가 창출되는 ‘데이터 기반 경제’(Data-Driven Economy)로 급속히 변모하고 있다. 그 중심에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스마트 공장, 스마트 의료와 바이오산업, 핀테크 등이 있다.
정보화 사회에서 빅데이터는 거부할 수 없는 하나의 트렌드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그 중요성과 영향력이 적지 않다. 빅데이터 기술은 거대한 정보들을 조합하고 정리해 새로운 가치 정보를 재생산하게 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빅데이터 활용에 대한 산업계의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반면 정보주체의 개인정보 침해를 보다 더 예방해야 한다는 상반된 주장도 없는 것은 아니다.
2020년 1월 9일 기존 개인정보 외 가명정보‧익명정보의 도입, 개인정보의 활용 및 확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위상 강화 및 마이데이터 산업 도입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이른바 데이터 3법 개정이 단행됐다. 데이터 3법 개정 등과 함께 우리에게 매우 큰 관심을 주었던 사항은 공공의료데이터의 활용 방안에 대한 것이다.
2021년 7월 8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은 보험회사들의 공공의료데이터 이용에 관한 요청을 받아들였다. 그동안 공공의료데이터를 활용해 모델을 개발할 때 호주나 일본 등 해외의 자료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2021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 과체중 및 비만 인구 비율은 33.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의 59.8%에 비해 우려할만하지 않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우리의 식습관 변화에 따른 과체중과 비만의 점유 비율은 체질 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우리에게 일깨워주고 있다.
한편, 2018년 11월부터 파킨스병 보장특약이 포함된 치매보험을 B보험회사가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이 상품을 제공하기 위한 데이터가 우리나라 인구의 통계를 토대로 한 게 아니고 대만의 파킨슨병 발생률 데이터를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C보험사가 제공하고 있는 종합보험의 경우 뇌출혈 발생률 통계는 일본‧홍콩‧영국 등 다른 나라 데이터를 사용하고 있다.
미국 등 해외 주요국들은 이미 공공의료데이터를 활용해 희귀질환 보장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4차 산업의 핵심영역 중 한 분야인 헬스케어 산업에도 괄목상대한 발전을 보여주고 있다. 심평원의 이 승인은 기존 보험상품을 통해 보장할 수 없었거나 보장 시 보험료가 높았던 질환 등에 있어 정교한 위험분석을 통해 피보험자의 보장범위를 확대할 뿐만 아니라, 해당 보험상품의 보험료를 인하시킬 수 있는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기대한다.
데이터 3법 개정이 심평원의 최종 승인을 야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3조4000억 건 국내 최대 규모의 의료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한 건강보험공단은 아직 이 데이터 제공을 불허하고 있다.
의료단체 등은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와 특정 질병에 걸린 적이 있거나 발병 위험이 높은 집단을 보험사들이 구분함으로써 보험가입 차별 가능성을 우려한다. 나아가 공공의료데이터 제공은 보험회사의 이윤 극대화를 위한 처사라고 문제를 제기한다.
그러나 미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보험회사가 의료데이터를 분석해 헬스케어서비스를 개발‧제공하고 있다. 핀란드 역시 익명 처리한 정보를 민간 기업 등의 이용을 허용하고 있으며, 일본은 의료데이터센터에서 보험회사에 공공의료데이터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 2월 27일 ‘개인정보보호법’ 2차 전면 개정이 이뤄졌다. 하지만 공공의료데이터를 활용한 심‧뇌혈관질환 관련 보험상품 제공, 인공수정이나 체외수정 등 난임 치료를 보장하는 난임보험, 소아비만 동반 질환 보험 등을 제공하기 위한 데이터 활용에 대한 의지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이는 다른 국가가 아닌 우리나라 국민의 데이터에 기반한 상품 개발이 요구된다. 정책당국의 조속한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