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18일 노동조합 고용세습과 과중한 국가채무, 전세사기와 마약사범 문제를 언급하며 ‘미래세대’를 위한 조치를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이 같은 전방위 주문을 내놨다.
우선 고용세습에 대해 윤 대통령은 “아직도 국내 일부 기업의 단체협약은 직원 자녀를 우선 채용하는 조항을 유지하고 있다. 매우 잘못된 관행”이라며 “헌법에 위배되는 기득권 세습을 타파하는 데 관계 국무위원들께서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에도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미래세대의 기회를 박탈하는 고용세습을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고 지시했고, 대통령실에선 해당 지시와 관련해 현행 노동조합법과 고용정책기본법 등을 통한 제재와 함께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채용절차 공정화에 관한 법률(공정채용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부연설명을 내놨다.
윤 대통령은 이와 함께 근로시간 개편 여론 수렴 과정과 결과를 모두 공개하라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여론조사의 결과뿐 아니라 내용과 과정도 모두 공개돼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결국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여론조사 과정과 결과를 소상히 알려드리고 이에 따라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근로시간 개편은 주당 최대 근로시간이 69시간까지 늘어난다는 논란이 일자 윤 대통령이 재검토를 지시했다. 애초 전날까지인 입법예고 기간 내 여론을 수렴한다는 방침이었지만, 향후 두 달 간 추가로 여론을 수렴키로 했다.
윤 대통령은 국가채무에 관해선 “2022년도 정부 결산 결과 국가채무가 처음으로 1000조 원을 넘어섰다”며 “정부수립 이후 70년 간 쌓인 국가채무가 약 600조 원이었는데 지난 (문재인) 정권에서 무려 400조 원이 추가로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재정건전성 강화는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과 미래세대를 위해 반드시 해야 한다”며 “정부 지출은 국방·법치 같은 국가 본질 기능과 약자 보호 등 시장실패를 보완하는 역할, 그리고 미래 성장동력 구축 등 국가 중장기 과제에만 집중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해법으로 “저는 지난 대선 당시에도 책임 있는 재정준칙을 마련해 국가채무를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지난해 국회에 제출된 재정준칙 법안이 빠른 시일 내 통과되도록 국회의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재정준칙 법제화는 문재인 정부 때인 지난 2020년 10월부터 논의돼왔지만 아직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넘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도 지난해 9월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GDP(국내총생산) 3% 이내로 관리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주요 국정과제로 짚었지만 여전히 심의에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은 전세사기와 마약사범 대응도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먼저 전세사기에 대해 특별단속과 주택임대차보호법 등 관련 법률 개정, 피해지원센터 설치 및 저리 자금·긴급거처 지원 등 그간 조치를 언급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체결된 전세 계약서에서 피해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피해 신고가 없더라도 지원의 사각지대가 없는지 선제적으로 조사하고 찾아가는 지원 서비스를 해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마약사범에 대해선 “10대 청소년이 마약 밀수·유통조직에 가담하는가 하면 39만 명분 마약을 텔레그램·다크웹·가상화폐로 유통한 사건도 일어났다. 심지어 이삿짐 화물 편으로 10만 명분 마약을 총기와 함께 버젓이 밀수하는 사건도 발생했다”며 “마약사범도 지난해보다 30%가 넘게 늘어나 사상 처음으로 올해 2만 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짚었다. 이어 “수사·사법당국과 함께 정부의 총체적 대응이 강력히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마약사범은 이날 국무회의의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법무부 등은 대검찰청에 마약·조직범죄부를 설치해 검찰 마약 수사 기능을 복원하고, 대검찰청·경찰청·관세청·교육부 등이 밝혔던 840명 규모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7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고등학생들에 마약음료를 건네는 사건이 발생하자 관련 수사를 모두 서울경찰청으로 이관시키고 서울중앙지검 강력수사부가 협조토록 하는 합동수사 지시를 내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