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몸집을 키운 국내 진단트 기업들이 엔데믹(풍토병화)에 예정된 역성장을 맞이한다. 올해는 이들의 진정한 체력을 확인하는 시간이 될 전망이다.
18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코로나19 진단키트 양대 산맥이던 에스디바이오센서와 씨젠이 올해 1분기 나란히 부진한 실적을 내놓을 전망이다. 코로나19 진단 수요 감소로 지난해부터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이들 기업이 본격적인 역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에스디바이오센서의 1분기 매출액은 3506억 원으로 추산됐다. 1조3000억 원대이던 전년 동기와 크게 비교되는 실적이다.
영업이익은 1000억 원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관측됐다. 지난해 1분기 6196억 원의 6분의 1 수준이다.
씨젠도 비슷한 감소폭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현재 추정치는 매출 1260억 원, 영업이익 300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72.09%, 84.98% 줄어든 규모다. 이런 흐름이면 연매출 5000억 원 달성도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중국조차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하면서 전 세계는 엔데믹 시대에 들어섰다. 예정된 순서인 만큼 국내외 진단키트 기업들은 지속 가능한 성장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에스디바이오센서의 경우 넉넉한 자금력을 활용한 인수·합병(M&A) 전략을 펼치고 있다. 미국 메리디언 바이오사이언스, 브라질 에코 다이노스티카, 파나마 미래로를 차례로 인수해 북미·중미·남미에 걸친 직판 체제를 꾸렸다.
씨젠은 호흡기질환, 소화기감염증,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등 비코로나 제품의 매출을 꾸준히 늘리는 한편, 분자진단(PCR) 기술공유 사업을 시작했다. 첫 협력 사례로 이스라엘의 진단 기업 하이랩과 손잡고 신드로믹 PCR 기술을 통한 현지 맞춤형 제품 개발에 나선다.
팬데믹이 국내 진단 기업들에 유례없는 기회였던 만큼 이들의 노력에도 코로나19 관련 매출의 빈자리는 당분간 크게 느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로 다른 전략을 구사하는 두 기업 중 어느 쪽이 먼저 역성장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