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산유국 사우디·UAE, 러시아산 원유까지 헐값에 사들여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2월 25일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경마대회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 리야드/로이터연합뉴스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사우디와 UAE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이 러시아산 원유 제재에 착수한 수혜를 톡톡히 누렸다. 서방 수출길이 막힌 러시아가 울며 겨자 먹기로 원유 가격을 대폭 내리자 사우디와 UAE가 이를 대량으로 사들인 것이다.

원자재 전문 정보업체 케이플러 분석 결과 러시아산 원유의 UAE 수출량은 지난해 6000만 배럴을 기록했다. 이전 수준의 3배 이상으로 역대 최대치다. 사우디로 향하는 러시아산 원유도 하루 10만 배럴로 연간 3600만 배럴에 맞먹는다. 우크라이나 전쟁 전 러시아산 원유의 사우디 수출은 거의 없던 일이다.

사우디와 UAE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헐값에 나온 러시아산 원유를 사들여 수익 극대화를 꾀했다. 자국산은 해외에 비싸게 팔고, 자신들은 싸게 사들인 러시아산 원유를 내수용으로 사용한 것이다. 가격 상한제를 비롯한 제재 여파로 러시아산 우랄 원유는 최근 몇 달 동안 브렌트유에 비해 30% 이상 할인된 가격에 거래됐다.

정제 상품의 차익 거래는 특히 쏠쏠했다. 러시아산 나프타와 디젤은 중동 산유국에서 생산되는 제품보다 톤당 60달러, 25달러 각각 싸게 팔린다. 사우디는 싸게 사들인 정제 상품을 프랑스와 이탈리아에 재판매하면서 수익을 늘렸다. 그동안 이들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로부터 디젤을 수입해왔다. 사우디 국영 석유 기업 아람코의 지난해 연간 순이익은 1610억 달러(약 212조 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정제 사업부 순익이 27% 증가하면서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는 평가다.

중동 산유국이 ‘원유 장사’로 배를 불리면서 서방의 대러 제재 효과는 타격이 불가피했다. WSJ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한 나라가 석유를 더 많이 사들인 것은 서방 제재의 예상치 못한 결과”라며 “중동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약화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