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점유율 1위 굳히려는 의도로 해석
중국 CATL 우회 방식으로 북미 진출 시도
전기차 최대 시장 북미 놓고 경쟁 치열해져
일본이 배터리 종주국 지위 회복에 나섰다. 한국과 중국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던 일본은 파나소닉을 앞세워 도약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전기차 최대 시장인 북미를 놓고 한·중·일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배터리 업체 파나소닉은 미국 오클라호마주에 세 번째 전기차 배터리 공장 설립을 검토 중이다. 파나소닉은 미국 네바다주에 배터리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캔자스주에도 40억 달러(약 5조2000억 원)를 투자해 배터리 공장을 신설하기로 했다.
오클라호마주 공장 건설이 확정되면 파나소닉은 미국 내 3곳에서 배터리 공장을 운영하게 된다. 파나소닉은 현재 연간 50기가와트시(GWh) 수준인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을 2028년까지 3~4배 늘린다는 계획이다.
파나소닉이 북미에 새로운 공장을 짓기로 한 것은 북미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파나소닉은 지난해 1~10월 북미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48%로 1위를 차지했다. LG에너지솔루션(18%)이 2위를 기록했고 중국 CATL(14%), SK온(10%), 삼성SDI(8%) 등이 뒤를 이었다.
파나소닉이 북미 시장 점유율 선두를 달리는 건 테슬라의 영향이 크다. 파나소닉은 북미에서 생산되는 테슬라 전기차의 배터리 대부분을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지난해 기준 테슬라에 대한 의존도가 87%에 이른다는 점은 파나소닉의 한계로 지적되기도 한다.
파나소닉의 공장 신설은 고객사 다변화를 위한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오클라호마에서 생산할 배터리는 독일 BMW와 미국 스텔란티스에 공급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진다.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파나소닉이 BMW, 스텔란티스와 미국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일본이 미국과 ‘핵심광물협정’을 맺은 건 한국 배터리 업계에선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애초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만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아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될 위기에 놓였던 일본은 지난달 해당 협정을 통해 한국과 같은 혜택을 받게 됐다.
이에 따라 북미 배터리 시장에서 한·중·일 업체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IRA로 인해 북미 시장 진출이 막힐 것으로 예상됐던 중국 업체도 우회 방식으로 북미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중국 CATL은 기술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미국 포드에 이어 테슬라와도 북미에 공장 신설을 추진 중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워낙 기술력도 좋고, 최근 수요가 늘고 있는 원통형 배터리의 강자이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는 상대”라며 “북미에서는 아직 수요보다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파나소닉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들도 계속해서 투자를 늘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