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인적분할 결정 공시는 총 13건이다. 하반기에만 코오롱글로벌, 현대그린푸드, 한화솔루션, 동국제강, OCI 등 9곳이 인적분할에 나섰다. 이 중 올해 들어 인적분할로 재상장한 기업은 △코오롱모빌리티그룹 △한화갤러리아 △현대그린푸드 등 3개사다.
물적분할과 달리 인적분할은 기존 주주들이 신설 회사의 주식을 지분율대로 나눠 갖기 때문에 주주 가치 훼손 우려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무엇보다 그간 가치 평가에서 배제됐던 사업부가 재평가되는 토대가 마련된다는 점에서 기업가치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
지난해 7월 코오롱글로벌은 건설·상사 부문(코오롱글로벌)과 자동차 사업 부문(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인적분할을 결정했다. 신설법인인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1월 31일 재상장했다.
장기간 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자동차 사업부의 가치 재평가를 통해 복합 기업으로서의 디스카운트(할인)를 해소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주가는 지지부진하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재상장 첫날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반짝 상승세를 보였지만 하락 전환해 재상장일 이후 이날까지 12.92% 빠졌다.
한화솔루션에서 분할 상장한 한화갤러리아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9월 자동차·태양광 소재 사업 부문의 물적분할과 백화점 사업부를 인적분할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31일자로 재상장한 한화갤러리아는 첫날 강세를 보인 뒤 하락을 거듭하며 상장 이후 8.83% 떨어졌다. 반면 비주력 자회사를 분리한 한화솔루션은 연초 이후 26.49% 상승했다.
지주사 전환으로 신설된 현대그린푸드는 이달 10일 재상장한 이후 주가가 약세를 보였지만 이번 주 들어선 반등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남성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주요 종속회사 실적 부진이 발목을 잡으면서 기업가치 상승이 제한됐지만, 사업회사 분할에 따라 본업 가치가 부각될 수 있는 구간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인적분할 초읽기에 들어간 OCI와 동국제강 주주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일각에서는 인적분할이 오너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기업 분할의 본질인 가치 재평가가 어려졌다고 지적한다.
한국거래소는 인적분할 심사 과정에서 자사주 비율이 평균보다 높거나 분할 전 자사주를 늘린 기업 위주로 주주 보호 방안을 심사하는 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