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적서 흔들었다” 2조원대 가구담합…한샘 등 8개 법인·임직원 무더기 기소

입력 2023-04-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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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아파트 신축현장 '빌트인 가구' 입찰서 들러리 세우고 담합

▲가구업체 담합 사건에서 관계자들의 범행 수법 예시 이미지 (서울중앙지검 제공)

검찰이 2조3000억 원 규모의 ‘가구 입찰 담합’ 사건과 관련해 한샘과 에넥스 등 가구회사 법인과 오너, 임직원들을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이정섭 부장검사)는 20일 신축아파트 등 빌트인 입찰담합 사건과 관련해 담합을 지시하거나 승인한 8개 가구사 법인과 최고책임자 등 개인 12명을 건설산업기본법위반죄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위반죄로 불구속 기소했다.

기소 대상은 한샘, 한샘넥서스, 넵스, 에넥스, 넥시스, 우아미, 선앤엘인테리어, 리버스 등 8개사다. 개인은 한샘의 최모 전 대표와 한모 전 전무, 송모 상무, 한샘넥서스의 장모 전 전무와 이모 이사, 김모 넵스 전 대표, 김모 에넥스 상무, 최모 넥시스 대표, 정모 우아미 대표, 박모 전 선앤엘인테리어 대표, 오모 리버스 대표, A 가구사 조모 책임이 기소됐다.

이밖에 압수수색 과정에서 증거를 인멸한 리버스 직원 2명은 증거인멸‧은닉교사죄로 약식기소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이들은 2014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건설사 24개가 발주한 전국 아파트 신축현장 약 783건, 약 2조3261억 원 규모의 주방‧일반가구공사 입찰에서 낙찰예정자 및 투찰가격 등을 합의하는 등 부당한 행위를 했다. 건설공사에서 공정 가격을 방해할 목적으로 입찰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빌트인 가구’라고 불리는 특판가구는 싱크대나 붙박이장처럼 아파트 등 대단위 공동주택의 신축과 재건축 등 사업에서 공동주택 시공과 함께 주택에 부착‧설치되는 가구다.

일반적인 빌트인가구 입찰은 입찰사 안내(건설사)→현장설명회 개최(건설사)→견적서 투찰(가구사)→낙찰업체 선정(건설사) 과정을 거친다.

담합에 가담한 이들은 현장설명회 전후 사전모임에서 낙찰받을 순번을 서로 합의하며 낙찰예정사와 들러리 가구사를 선정했다. 낙찰예정사는 들러리 가구사들에 전화나 이메일, 모바일메신저로 입찰가격 및 견적서를 공유했다. 이들은 메신저에서 “견적서를 흔들었다”며 상황을 공유했는데 건설사가 담합사실을 알아채지 못하도록 견적서상 세부 내역을 조정한다는 의미다.

들러리 입찰한 타 가구사는 낙찰업체보다 높은 가격으로 투찰하고 낙찰업체는 최저가로 입찰에 참여해 낙찰되는 식으로 수법으로 담합했다. 이 과정에서 “총 금액은 변경하면 안된다. 유지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러한 수법으로 낙찰업체는 건설사와 높은 공급단가로 시공계약을 맺어 신축 아파트와 오피스텔에 빌트인가구를 시공했고 그 결과 아파트 공급단가가 상승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가구업체 담합 사건의 범행 구조도 (서울중앙지검 제공)

이번 사건은 2020년 12월 시행된 형사 리니언시(형벌감면제도)에 따른 최초의 직접수사 사례다. 통상 공정거래법위반 사건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로 검찰 수사가 진행되지만 이번 사건은 공정위와 검찰 양측에 리니언시 신청이 함께 접수되며 검찰 수사와 공정위의 행정조사가 동시에 이뤄졌다. 양 기관에서 수사와 조사가 동시에 이뤄지는 만큼 수차례 고위급‧실무급 간담회도 거쳤다.

또한 법인에 대해 벌금형을 구형하는 등 기존의 소극적 기소에서 벗어나 담합을 승인하고 이익을 챙기는 대표이사 또는 총괄임원에 책임을 추궁했다는 점에 검찰은 의미를 뒀다. 이번 사건에서 8개 법인 중 6개 업체의 대표이사들이 기소됐고 이 중 3개 업체는 ‘오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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