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임기 마치고 20일 퇴임
주상영<사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20일 이임사를 통해 "저의 재임 기간은 전 인류가 곤경에 처한 시기와 겹쳤다. 현재로서는 보건위기 극복은 마무리 단계에 돌입한 것으로 보이지만, 경제의 회복과 정상화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며, 여전히 대내외적 불안 요인이 잠재해 있는 상태"라며 이 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주 위원은 팬데믹 기간의 물가상승 과정을 지켜보면서 갖게 된 소견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은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거나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할 때 발생하는 현상인데, 팬데믹 초기 물가상승을 촉발한 주요인은 감염 확산에 의한 공급의 부족과 차질이었다"며 "이와 동시에 수요 측면에서는 부문 간 수요 이동(demand shift)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어 "서비스 소비가 막히자 재화 소비로 수요가 이동했고, 재화 부문에서는 비내구재에서 내구재로, 서비스 부문에서는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수요가 이동했다"며 "공급 차질과 수요 이동, 이 두 가지 충격은 팬데믹 이전에는 상상하기 힘든 현상이었다"고 강조했다.
주 위원은 "각국은 예기치 못한 경제·보건위기를 맞아 확장적인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실시했고, 이는 수요의 급격한 위축을 방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백신 보급, 사회적 거리두기 등 보건 관련 조치들과 무역의존도, 재정·통화정책의 규모 등 나라마다 다른 경제여건과 대응 강도에 따라 인플레이션 양상은 조금씩 다르게 나타났다는 게 주 의원의 판단이다. 물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이 인플레이션 가속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주 의원은 덧붙였다.
그는 "팬데믹 기간 중 인플레이션이 과거와 차별화된 모습은, 특정 부문에서의 공급 차질로 가격이 상승하고, 그에 따라 다른 부문으로 수요가 이동하면서 발생하는 연쇄적 가격 상승이었다"며 "이 과정에서 수요가 줄어드는 부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의 경직성이 작동해 경제 전반의 인플레이션이 제어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론 확장적 거시경제정책이 물가에 영향을 주었지만, 팬데믹 기간의 이례적 인플레이션의 원인을 단순히 총수요·총공급의 총량 개념에서만 찾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그렇다면 정책 대응의 방향이나 강도에 있어 조금은 다른 시각에서 접근해야 하지 않나 하는 고민을 재직 내내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뚜렷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좀 더 관찰하고 고민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주 위원은 "저 개인은 학교로 돌아가면서 자연스럽게 소프트랜딩하리라 짐작하고 있다"며 "경제 상황이 녹록하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만, 그간의 정책 대응과 축적한 노하우를 활용하면 우리 경제도 소프트랜딩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금통위 내 대표적인 비둘기파였던 주 위원은 2020년 4월 취임해 3년 임기를 마쳤다. 통상 금통위원 임기는 4년이지만, 당시 4명의 금통위원 임기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이례적으로 3년 임기로 조정된 바 있다.
그는 2021년 8월 금리 인상 사이클이 시작될 때부터 인상 반대 의견을 내는 등 금리 인상이나 인상 폭에 반대하는 소수의견을 다섯 번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