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개발과 수소까지 영역 확대
UAM 앞세워 車 기업 굴레 벗어나
일찌감치 관련 석학 사외이사 영입
현대차그룹이 밝힌 ‘달탐사로봇’ 개발은 자동차 기업의 굴레를 벗어나겠다는 정의선 회장의 강한 의지를 담고 있다. 정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을 앞세워 UAM(도심항공 모빌리티)과 로봇·수소 산업까지 사업 영역이 쉼 없이 늘어나고 있다. 2021년 이례적으로 우주항공 분야에서 손꼽는 석학을 사외이사로 영입한 배경 역시 중장기적인 영토 확장의 출발점이었던 셈이다.
현대차가 20일 국내 연구기관과 공동으로 달 탐사 전용 로버(이동형 로봇) 개발에 나선다고 밝힌 이후 재계는 “예견된 수순”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 주요 기관들과 우주항공 분야의 MOU를 맺었을 뿐, 이미 몇 해 전부터 관련한 인재를 영입하기 시작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2021년에 회사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했는데 이분이 국내에선 손꼽히는 항공우주공학 분야의 석학”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2021년 주주총회를 통해 이지윤 KAIST 항공우주공학 부교수를 3년 임기(2021년 4월~2024년 4월)의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이 교수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항공우주공학 분야 전문가다. 2019년 국내 교수로는 처음으로 미국항법학회 이사(2019~2021년)로 선출된 것은 물론, 한국항공우주학회에서 처음으로 이사에 이름을 올렸었다.
영입 당시 이 교수가 사외이사로서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사업 방향성과 기술 동향 등에 대해 심도 깊은 조언과 의견을 제시해 줄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본격적인 달탐사로봇 개발이 시작되면서 이 교수의 역할론이 이전과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현대차의 사업 영역이 단순한 UAM을 넘어서 달 탐사 영역까지 확대될 경우 이 교수는 향후 방향성을 확정하는 데 있어서 심도 있는 조언을 맡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현대차의 과감하고 방대한 영토 확장이 이미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부터 시작했다고 분석 중이다. 꾸준히 사업 정관 변경을 통해 자동차 기업의 굴레를 벗어나고 있다.
올해 현대차는 사업정관 변경을 통해 ‘금융상품 판매대리·중개업’을 신설하는 한편 기존의 ‘부동산 임대업’을 ‘부동산 개발 및 임대업’으로 변경했다. 인증중고차 관련 신규 사업 추진과 함께 ‘수원 하이테크센터’ 신축 등을 위해서다. 또 부동산 개발업을 통해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가운데 하나인 UAM의 이착륙장 건설까지 추진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보다 앞서 2021년 주총에서는 사업 목적에 △기체연료 및 관련 제품 도매업(신설) △운송장비용 가스충전업 △로봇 제조 및 수출입·유통·임대·유지보수 관련 서비스업 등을 추가했다. 단순한 수소전기차 개발 생산을 넘어 수소산업 전반에 걸쳐 운신의 폭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우리 기술로 달 표면 탐사가 이뤄지는 만큼, 기업으로서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