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 절반인 11종에 사용
삼성SDI 4종ㆍSK온 2종에 탑재
북미에 생산시설 확대하는 배터리 업계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전기차 보조금을 적용받는 차종의 대부분에 한국산 배터리가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북미에 생산시설을 늘리고 있는 만큼 ‘K-배터리’의 입지는 더 커질 전망이다.
20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미국 IRA 친환경차 보조금을 받는 전기차 22종 가운데 17종(77%)에 국내 배터리 업체의 배터리가 적용됐다. LG에너지솔루션이 11종으로 가장 많았고, 삼성SDI가 4종, SK 2종 순으로 나타났다.
LG에너지솔루션은 IRA 보조금 지급 대상인 제너럴모터스(GM)의 캐딜락과 쉐보레 등 6개 차종에 모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스텔란티스의 크라이슬러 퍼시피카와 포드의 E-트랜짓, 링컨 에비에이터, 머스탱 마하-E에도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가 사용됐다.
삼성SDI는 지프의 그랜드체로키와 랭글러, 포드 이스케이프와 링컨 코세어에 배터리를 탑재했다. SK온은 포드 F-150 라이트닝의 2개 모델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IRA 규정에 따라 북미에서 생산하거나 조립된 배터리 부품을 50% 이상 사용하면 3750달러를 받는다. 여기에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추출하고 가공한 핵심광물을 40% 이상 사용하면 3750달러를 추가로 받을 수 있다.
IRA 보조금을 받으면 전기차를 7500달러(약 990만 원) 저렴하게 살 수 있다. 그만큼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고 판매량이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보조금 대상 차종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국내 배터리 업체들도 수혜를 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현재 북미에 대규모 생산시설을 추가로 구축하고 있는 만큼 현지에서 ‘K-배터리’의 영향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스텔란티스, 혼다 등 완성차 업체와 북미에 합작공장을 구축 중이다. 최근에는 7조2000억 원을 투자해 애리조나주에 단독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이곳에서 생산된 원통형 배터리의 상당 물량이 테슬라로 공급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SK온은 포드와 합작사를 설립해 켄터키주와 테네시주에 3개의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아직 북미 지역에 공장을 보유하지 않은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 인디애나주에 합작공장을 짓기로 했다. GM과 미시간주에 합작공장을 짓는 것 역시 추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미국에 지어지는 배터리 공장 대부분이 한국 기업과 완성차 업체의 합작공장이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양산이 시작되면 한국 배터리 업체의 입지가 더 넓어질 수밖에 없다”며 “보조금을 받으려는 완성차 업체들의 러브콜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