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중 대응 가이드라인 마련…다크패턴 실태조사ㆍ공개 추진
공정거래위원회가 온리인 상에서 소비자를 낚는 이른바 ‘눈속임 상술’인 다크패턴 차단을 위해 팔을 걷어 붙였다.
입법 추진을 통해 '숨은 갱신' 등 소비지 피해 유발 우려가 큰 행위들을 억제하고, 올해 상반기 중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한 가이드라인도 만든다. 눈속임 실태 조사·공개도 추진한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21일 당정협의회에서 온라인 다크패턴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방향과 방안을 보고했다.
다크패턴은 △소비자의 비합리적 지출 또는 예상치 못한 지출을 유도 △거짓을 알리거나 통상적인 기대와 전혀 다르게 화면·문장 등을 구성해 소비자의 착각이나 실수를 유도 △ 소비자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해 특정 행위를 하거나 하지 않도록 유도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 수집·분석에 과도한 시간, 노력 부여 등 4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은 예상치 못한 지출을 하고, 물품구매와 전혀 관계 없는 멤버십에 자신도 모르게 가입하거나 원치 않는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게 되는 피해를 입는다.
한국소비자원과 공정위에 따르면 국내 100개 전자상거래 모바일 앱 중 97%에서 최소 1개 이상의 다크패턴이 발견됐다. 다크패턴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 경험 비율도 매우 높게 나타났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계약이 자동 갱신·결제되는 '숨은 갱신' 유형이 92.6%로 가장 많았다.
한 위원장은 “다크패턴은 유형이 매우 다양하고 명백한 기만행위부터 일상적인 마케팅까지 넓은 범위에 걸쳐 나타나 이를 전면 금지하기보다 규율 범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고민해 왔다”면서 "그 결과 소비자 피해를 유발할 우려가 큰 13개 행위를 도출했고, 이를 실효적으로 억제하기 위한 방안을 당정에 제시했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제시한 13개 행위에는 △무료서비스를 유료로 전환하거나 월 구독료를 인상하면서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고 계약을 자동 갱신하거나 대금을 자동 결제하는 행위(숨은 갱신) △사업자에게 유리한 옵션을 미리 선택해 놓고 소비자가 이를 무심코 지나치도록 유도해 자신도 모르게 멤버십에 가입하게 하거나 원치 않는 서비스를 이용하게 하는 행위(특정옵션 사전선택) △상품 검색결과가 나타나는 첫 페이지에는 일부러 가격을 낮게 표시하고, 결제가 진행됨에 따라 숨겨진 가격들을 차츰 보여주며 나중에 그 모두를 더한 금액을 최종가격으로 청구하는 행위(순차공개 가격책정) △계약체결, 회원가입 절차보다 그 해지, 탈퇴 절차를 복잡하게 설계하거나 그 방법을 제한하는 행위(취소·탈퇴 방해) 등이 포함됐다.
당정은 13개 행위 가운데 ‘숨은 갱신’ 등 6개 행위가 현행법으로 규율하기 어려운 만큼 관련 입법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구체적으로 전자상거래법에 규율이 어려운 유형의 다크패턴 행위에 대한 금지규정 신설, 사업자가 소비자에게 월 구독료 인상 사실 사전 공지 의무, 다크패턴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가이드라인 및 사업자 자율규약의 제정·운용 근거 마련 방안 등이 제시됐다.
공정위는 입법화에 앞서 문제 행위가 무엇인지 시장에서 명확히 알 수 있도록 ‘온라인 다크패턴 피해방지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올해 상반기 중 제정할 방침이다. 소비자 피해를 유발할 우려가 큰 다크패턴 유형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그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어떤 점에 유의해야 하는지 등 구체적인 사례를 담을 예정이다.
또한 주요 전자상거래 분야를 대상으로 문제 되는 상술을 가장 많이 쓰는 사업자는 누구인지, 사업자별로 어떤 상술을 많이 쓰는지 등을 상세히 비교·분석해 공개할 계획이다.
최근 소비자원이 오픈마켓, 홈쇼핑 등 종합 쇼핑몰에 대한 1차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올해 하반기에는 의류, 엔터테인먼트 등 개별 분야에 특화된 쇼핑몰을 대상으로 2차·3차 조사를 실시한다.
공정위는 "해당 조사는 소비자들이 온라인몰·모바일앱 이용 과정에서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사업자에 대해 눈속임·낚시 마케팅 자제를 유도하고자 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제되는 행위들이 발견되는 경우 이를 적극 시정해 나갈 것"이라며 "그럼에도 시정되지 않는 행태에 대해선 현행법을 적극 집행해 최대한 바로 잡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