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와 GM 등도 전기차 판매 가격 내려
현대차, 출시 때 가격 고수하며 제값받기
IRA 보조금 혜택 누리는 법인 판매 6배↑
테슬라가 잇따라 판매가격을 낮추자 경쟁사의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포드와 GM, 폭스바겐 등이 가격을 내리면서 테슬라에 맞불을 놓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는 이미 출시한 전기차의 가격 인하 대신, 이른바 ‘제값 받기’ 전략을 고수하면서 시장에 대응 중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내세웠던 “양적 성장 대신 질적 성장”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20일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최근 테슬라의 잇따른 가격 인하 전략과 관련해 “경쟁사의 가격 인하 정책이 당장 우리 경영전략에 절대적인 기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단호하게 말했다.
최근 현대차의 해외시장 평균판매가격(승용차 기준)은 지속해서 상승 중이다. 2020년 3220만 원(연간 기준) 수준이었던 평균 가격은 올해 1분기 기어코 5000만 원을 넘어 5044만 원을 찍었다. 해외시장 승용차 평균 가격이 5000만 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는 이와 관련해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 가격이 포함하면서 전체 평균치가 상승했다”고 밝혔다. 내연기관 모델을 포함한 가격이지만 ‘5000만 원짜리 현대차’는 글로벌 시장에서 이례적이란 평가다.
최근 테슬라가 연이어 가격을 낮추고 있음에도 현대차는 기존 판매가격을 고수 중이다. 2022년 처음 미국 판매를 시작한 현대차의 아이오닉 5는 여전히 초기 판매가격을 유지하고 있고, 뒤이어 미국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아이오닉 6 역시 마찬가지다.
현대차가 미국을 포함한 주요 시장에서 가격을 고수할 수 있는 이유는 신차효과와 함께 여전히 업계 최저 수준인 판매성과 보수(인센티브) 덕분이다. 공식적으로 가격을 내려 시장의 반발을 사는 것보다 ‘인센티브’를 확대하면서 경쟁사의 가격 인하 정책에 맞대응 중이다.
테슬라처럼 마음껏 가격을 낮출 여력이 모자란 것도 사실이다. 2018년 정 회장 취임 이후 영업이익률 9% 수준을 목표로 삼은 현대차는 현재 7% 안팎의 영업이익률을 기록 중이다. 이와 달리 영업이익률만 15%를 넘어선 테슬라는 앞으로도 가격을 더 낮출 가능성이 남아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주요 모델이 제외됐지만, ‘법인차 판매’를 확대하면서 시장에 대응 중이다.
현대차는 미국 현지에서 전기차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리스 등 상업용 판매를 확대하면서 시장에 대응 중이다.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내 친환경 전기차의 상업용 판매 비중이 지난해 1분기 5%에 불과했으나 올해 1분기에는 28%까지 치솟았다. 향후 이 비율은 40%를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내년 하반기 현지 전기차 전용공장을 준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때까지 이 같은 전략을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미 시장에서 팔리고 있는 신모델의 가격을 낮추면 판매는 증가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시장에서 신뢰를 잃으면 이를 회복하는 데 더 큰 비용이 들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