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베이커리 미국 사업에 속도… 한국식 BBQ·떡볶이도 도전
외식업계, K콘텐츠 흥행에 적기로 판단…美 진출에 힘줘
K팝과 K무비의 글로벌 유행으로 한국 문화 선호도가 늘면서 국내 외식업체들이 전 세계 식문화의 중심지 미국을 정조준한다. 중국과 일본, 동남아시아 등에 국한됐던 K외식이 미국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2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2022 외식기업 해외진출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7∼12월 국내 외식기업 2999개 대상 조사 결과, 해외 진출 업체는 4.2%인 124개였다. 브랜드 수는 141개였고, 전체 3833개의 점포가 영업 중이다. 전년도 조사에 비해 기업은 1개, 브랜드는 6개가 늘었고, 점포수는 430개가 증가했다.
가장 많은 브랜드가 진출한 국가는 미국(46개)이었고, 베트남(37개), 중국(36개), 일본(31개), 태국(23개) 순이었다. 점포 수 기준 미국이 673개로 가장 많았고 중국(648개), 베트남(519개), 캐나다(236개), 태국(210개) 등이 뒤를 이었다.
눈에 띄는 점은 순위 변화다. 미국 진출 국내 외식 업체는 직전년보다 8개 늘었고, 매장 수는 무려 73개 늘어 673개를 기록했다. 반면 2020년만 해도 1368개로 가장 많은 점포 수를 자랑했던 중국은 지난해 648개로 미국에 1위를 내줬다. 중국 진출 외식 브랜드 수도 69개에서 2년 새 36개로 감소했다. aT 측은 “(중국의 경우) 코로나19 봉쇄 조치가 다른 국가에 비해 오랫동안 지속되며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낮아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미국에 진출한 국내 외식업체의 선봉장은 치킨업체가 꼽힌다. 특히 BBQ의 사업 확장세가 가파르다. 2017년 뉴욕 맨해튼 32번가에 직영 1호점을 연 이후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하와이 등으로 출점을 확대하며 현재 22개주 250여 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에는 외식 전문지 ‘네이션스 레스토랑 뉴스‘가 발표한 ‘미국 내 가장 빠르게 성장한 외식 브랜드 25’에서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BBQ 관계자는 “미국 내 넘버원 프랜차이즈로 자리잡기 위해 공격적으로 미국 시장을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BBQ의 미국 시장 안착에 고무된 경쟁사들도 북미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bhc는 지난 2월 미국로스앤젤레스(LA) 사우스 페어팩스 애비뉴에 북미 1호점 ‘LA 파머스 마켓점’을 열고 본격 운영에 돌입했다. 교촌치킨은 연초 미국 하와이에도 지역 프랜차이즈 업체 BMK와 멀티유닛 계약을 맺었다. 첫 번째 매장은 올해 상반기 중으로 연다. 하와이 가맹 사업을 시작으로 교촌은 미국 본토에서도 가맹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교촌은 미국 법인을 통해 LA 인근에서 직영 점포 3개만 운영 중이다.
SPC도 북미 사업에 힘을 주고 있다. 2005년 미국에 발을 내디딘 파리바게뜨는 지난해 미국 ‘프랜차이즈 타임즈’에서 선정하는 ‘프랜차이즈 기업 톱 500’ 순위표에 파리바게뜨를 25위에 안착시키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미국 사업 성공을 바탕으로 지난달에는 캐나다 토론토에 첫 점포를 열었다. 현재 미국 내 점포는 120여개로 2030년까지 북미 매장 1000개가 목표다. CJ푸드빌의 뚜레쥬르는 LA와 뉴욕 등 21개 주에서 핵심 상권을 중심으로 90개점을 운영 중으로 2030년까지 매장 1000개가 목표다.
이외에도 글루업은 2018년 미국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의 가든그로브에 한국식 BBQ를 표방하는 숙달 브랜드로 미국 시장에 진출했고, 텐싸우전드커피 브랜드로는 작년 미국 마스터프랜차이즈 파트너와 계약 후 뉴욕 맨하탄에서만 3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얌샘김밥과 떡볶이 전문점 두끼도 미국 시장 진출 계획을 갖고 있다.
올해 역시 국내 외식업체들의 미국 도전은 계속된다. ‘2022 외식기업 해외진출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2999개 외식기업 중 해외 진출 의향이 있는 기업은 70개였다. 이들 기업이 진출하기를 가장 희망하는 국가는 베트남(20개)에 이어 미국(18개)가 2위를 차지했다. 일본과 중국은 각각 10개와 9개에 그쳤다. 희망 진출 업종으로는 한식이 32개로 가장 많았고, 치킨이 7개, 김밥 등 간이 음식점이 5개였다.
국내 외식브랜드들이 글로벌 격전지 미국으로 향하는 것은 치열한 경쟁에 내몰린 국내와는 달리 K팝과 K영화 등 K콘텐츠 인기에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한식은 이색적이면서도 건강식으로 미국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지만, 일식이나 태국 음식에 비해 인지도나 낮다는 걸림돌이 있었다”면서 “K콘텐츠 흥행으로 인지도까지 높아지면서 일시적인 유행이 아닌 꾸준히 인기가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