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8개 대기업, 민간영역서 입찰 가능
中企 “사실상 진출 허용…실효성 없을 것”
방역 소독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권고됐다. 앞으로 3년간 대기업은 방역 소독업 관련 공공부문 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 업계에서는 매출 비중이 높은 민간영역에 대한 진입 제한이 없어 사실상 대기업의 손을 들어준 결정이라며 강한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동반성장위원회는 25일 제75차 본회의를 열고 소독‧구충 및 방제 서비스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권고했다.
권고에 따라 다음달 1일부터 2026년 4월30일까지 3년간 대기업은 방역 소독업 시장에 신규 진입을 자제해야 한다. 시장에 이미 진입해 있는 대기업은 공공부문과 30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 의무 소독 시장에 대한 사업영역 확장을 자제해야 한다. 세스코는 전문 중견기업으로 분류돼 적용에서 제외됐다.
현재 방역 소독 시장에 진입해 있는 대기업은 롯데하이마트‧삼양인터내셔날‧에스텍시스템‧캡스텍‧한샘개발‧HDC랩스‧KT서비스남부 등이 있다.
동반위의 권고를 따르지 않고 시장에 진출한 경우가 발견되면 논의를 통해 조치가 취해진다. 구체적인 조치 내용은 실무협의회에서 결정된다.
300세대 이상의 대규모 아파트에서는 공공·민간 관계 없이 대기업의 입찰에 제한이 생긴다. 다만, 민간이 지은 빌라·다세대 주택에는 대기업이 진입할 수 있다. 민간 부문에도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방역 소독 업계 중소기업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시장에서 비중이 더 큰 민간부문에서 대기업 입찰을 허용한 것은 사실상 모든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과 같다는 것이다.
이철 한국방역협회 부회장 겸 대기업시장진입대책위원회 위원장은 “공공부문 소독 시장은 인건비도 안 나오는 영세한 시장이고 민간부문이 수익성이 높다”며 “동반위의 이번 결정은 사실상 대기업의 입장만 들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동반위의 결정에 따라 3년간 다른 대기업은 진입도 하지 못하고 이미 들어와 있는 8개 대기업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됐으니 이들 기업만 승승장구하는 꼴이 될 것”이라며 “이미 중소업체들은 동반위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방역 소독 업계에서 사실상 대기업 지위를 가지고 있는 세스코가 동반위 결정 대상에서 제외된 것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동반위는 세스코가 중소기업이 모태이고, 방역을 전문으로 하는 중견기업인 만큼 시장 진입 제한 대상 기업에서 뺐다는 입장이다. 과거 간장 업종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지정할 때도 ‘샘표’가 중소기업에서 시작한 전문 기업이라는 이유로 시장 진입 제한 기업에서 제외됐다.
한국방역협회는 3조 원 규모의 국내 방역 소독 시장에서 80% 이상을 세스코가 차지하고 있다고 본다. 동반위 역시 수치는 크게 다르지만 국내 시장에서 세스코가 16~17%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수천여 개의 영세기업이 시장을 나눠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
방역 소독 업계 중소기업들은 세스코의 시장 진입 제한이 없이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이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 위원장은 “세스코가 중소기업에서 시작한 것은 사실이지만 오늘날 독과점에 가깝게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업 측 역시 이들 중소기업과 비슷한 입장이다. 세스코도 업계에선 독점 대기업이며, 이를 막기 위해 다양한 경쟁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방역 소독업이 중기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이 빠지게 되면 그 수혜를 중소기업이 아닌 세스코가 모두 가져가고, 오히려 경쟁이 위축돼 영세업체 존립이 위협받을 수 있다.
동반위 관계자는 “세스코의 경우 전문성을 이용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며 시장에 기여한 점을 고려해 시장 진입에 제한을 두지 않은 것”이라며 “상생협의회를 통해 필요한 부분은 지속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세스코 측에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관련 입장을 물었지만 답변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