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영끌족으로 불리던 2030 청년 세대들의 부동산 매수 행진이 다시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부동산 규제가 완화된 데다 최근에는 전세사기 문제가 악화하면서 전세에 대한 불신이 커진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26일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2월 기준 30대 이하 서울 아파트 매입 건수는 총 794건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전체 매입 건수 2286건 가운데 34.73%를 차지했다. 전체 거래 10건 중 3건 이상이 30대 이하 청년층 거래였던 셈이다.
서울의 30대 이하의 아파트 매입 비중은 지난해 말부터 다시 증가 추세로 들어섰다. 이들의 매입 비중은 지난해 10월 26%(전체 거래 900건 중 234건) 수준에 그쳤으나, 지난해 11월(29.82%, 900건 중 234건)과 12월(29.77%, 1001건 중 298건) 29%대로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는 1월 30.83%(1161건 중 358건), 2월 34.73%(2286건 중 794건) 등 오름세가 커졌다.
2월 기준 구역별로 살펴보면 최근 전세사기 피해가 속출했던 강서구에서 30대 이하 아파트 매수 비중이 54.71%로, 절반을 넘었다. 강서구에 이어 △성동구 45.56% △금천구 45.45% △영등포구 43.87% △동대문구 42.85% △도봉구 41.41% △종로구 41.17% △강북구 40% 순으로 많았다.
아파트를 포함해 이들의 생애 첫 부동산 매수 건수도 덩달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 등기정보광장 통계 분석 결과 지난달 기준 서울의 30대 이하의 생애 첫 집합건물(오피스텔·아파트·연립·다세대주택) 매수 건수는 1197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달 집계치인 825건 대비 약 45% 늘어난 수치다. 이들의 매수 건수는 1월 667건을 기록한 뒤 2월 825건, 3월 1197건 등 올해 들어 계속 상승하고 있다.
이처럼 다시금 30대 이하 청년들의 부동산 매수세가 짙어지고 있는 이유에 관해 전문가들은 현재 심리적인 요인과 정책적인 요인이 함께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심리적인 요인은 최근 수도권 내 청년을 대상으로 한 전세사기 문제가 일파만파 커지면서 전세제도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는 것이다. 또 부동산 가격 하락기에 따른 역전세 문제도 대두하면서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도 많아졌다. 실제로 지난달 전국기준 보증사고 건수는 1385건으로, 전월 1121건 대비 23.55% 늘었다. 같은 기간 사고금액 역시 2542억 원에서 3199억 원으로 25.84% 증가했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 소장은 “과거 시장 상승기 때 영끌족이 등장했던 이유도 상대적 박탈감이라는 심리적인 요인이 주된 원인이었다”며 “최근 전세사기 피해사례를 많이 접하다 보니 불안하게 전세로 살기보다는 대출을 받더라도 안전하게 집을 매수하겠다는 심리적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정부의 규제 완화가 정책적인 요인으로 영향을 줬다. 정부는 지난해 생애 최초 주택 구매 시 규제지역과 상관없이 LTV(주택담보인정비율)를 80%까지 늘렸고, 올해 1월에는 9억 원 이하 주택에서 최대 5억 원까지 연 4%대 고정금리로 빌릴 수 있는 특례보금자리론도 출시했다. 특례보금자리론의 경우 출시 두 달 만에 공급 목표의 65%를 소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특례보금자리론이 나오면서 서울 외곽 쪽이나 수도권에서 급매물이 반짝 거래됐다”면서도 “아직은 시장에서 뚜렷한 회복세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청년 세대들이 또다시 투자목적으로 매수하기에는 이른감이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