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반도·흑해 항구, 밀수 허브서 전장으로 변해
튀르키예·리투아니아 등 인근 국가 불법 행위 급증
난민 인신매매 등 부작용도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이 마피아를 분열시키고 있으며 전 세계 범죄에 변화를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 배경엔 범죄 조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사이의 상관관계에 있다.
전쟁 전 우크라이나는 범죄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국가였다. 다국적조직범죄반대구상(GITOC)에 따르면 전 세계 193개국 가운데 우크라이나의 범죄 지수는 34위를 기록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019년 대통령 선거에 당선된 직후 마피아 소탕 개혁안을 통과시킨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이 모든 게 물거품이 됐다. 흑해 항구들은 대부분 폐쇄됐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합의로 곡물 운송만 가능해졌다. 크림반도는 밀수 루트에서 전장으로 바뀌었다. 정부 계엄령과 야간 통금, 입대로 인해 지하세계에 머물던 조직원들은 흩어져야 했다.
국가에 대한 애국심과 조직의 존폐 위험에 대한 우려로 인해 우크라이나 범죄 조직이 러시아 범죄 조직과 거리를 두기 시작한 것도 현 상황에 영향을 미쳤다. 러시아 마피아 전문가이자 정치학자인 마크 갈레오티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조직원들 사이에선 자국이 패전해 러시아에 병합되면 조직이 와해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후 러시아로부터 어떤 해코지를 당할지 모른다는 인식이 퍼진 것으로 전해진다.
전쟁이 범죄 조직을 분열시킨 데 일조했지만, 인신매매와 같은 신종범죄를 유발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엔은 약 500만 명의 우크라이나 난민이 유럽에서 일시적 보호 조치를 받고 있다고 추정했는데, 이는 통계적으로 10만 명이 인신매매에 희생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매체는 짚었다.
이코노미스트는 “그럼에도 우크라이나에서 조직범죄를 영구적으로 감소세에 접어들게 할 기회는 있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은 1월 부정부패 혐의로 4명의 차관과 5명의 주지사를 해고하는 등 국가를 방해하는 모든 내부 문제가 정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가입은 몇 년이 걸리겠지만, 이 과정은 조직범죄를 퇴치하기 위한 지렛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