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손실은 100%, 잠재적 수익은 무한대
애플, 퀄컴 등 장기 투자했으면 막대한 이익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미국 대학생들의 특별한 투자 방식을 소개했다. 핵심은 15~20개 정도의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뒤, 이를 25년 동안 지켜보는 것이다. WSJ은 “모든 연령대의 투자자들이 이 대학생들로부터 배울 점이 있다”고 전했다.
‘25년간의 투자’는 버지니아주 글렌 앨런에 본사를 둔 보험회사 마켈의 최고경영자(CEO)인 토머스 게이너가 만든 장기적 실험이다. 게이너 CEO는 1990년부터 ‘마켈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운영했다. 그는 특유의 인내심과 보수적인 접근 방식으로 포트폴리오를 220억 달러(약 29조 3810억 원)까지 성장시켰다.
게이너 CEO는 델라웨어주립대학교와 버지니아주립대학교에 학생 투자 펀드를 각각 설립했다. 그의 가족은 2047년까지 매년 25차례에 걸쳐 두 단체에 총 75만 달러를 기부할 예정이다. 올해 버지니아주립대 학생 29명, 델라웨어주립대 학생 9명은 이 기부금으로 향후 25년 동안 동결될 투자처를 고르게 된다. 투자 26년 차에는 적립금의 절반을 장학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절반은 재투자하게 된다.
WSJ은 이 학생들을 인터뷰하면서 “서로를 ‘애널리스트’라 부르고 잠재적 보유 주식을 ‘비즈니스’와 ‘기업’이라고 부르는 모습에 감명받았다”고 전했다.
델라웨어주립대 4학년 티파니 그레이는 “우리는 1~2년 안에 일어날 일을 넘어 3년, 5년, 10년, 25년, 심지어 50년 후까지 내다봐야 한다”며 “우리는 장기적인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는 (우리에게) 영감을 준다”고 말했다. 버지니아주립대 조나단 리버스는 “대부분의 젊은 사람들을 포함해 전문 투자자들이 고려할 수 없는 큰 투자를 생각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 엄청난 기회”라고 답했다.
새로운 투자 방식이 주는 교훈은 이미 잘 알려진 ‘승자를 가능한 한 오래 보유하는 것의 놀라운 힘’이다. 아무리 큰 손실을 본 종목이라도 (빌린 돈으로 매수하지 않는 한) 100% 이상 잃을 수 없다. 하지만 가장 큰 수익을 낸 종목의 잠재적 이익은 무한하다. 증권가격연구센터(CRSP)에 따르면 실제로 1993년 초부터 올해 2월 말까지 58개 주식 종목이 1만 % 이상 상승했다. 그중 10개 종목은 2만5000%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러한 ‘슈퍼주’에는 현재 잘 알려진 대기업 애플, 퀄컴, 몬스터베버리지 등이 포함된다. 또 에어컨 회사 에이에이온(AAON), 담배 및 부동산 지주회사 벡터 그룹, 주방 장비 제조업체 미들비(Middleby) 등 작은 기업도 포함돼 있다.
투자의 핵심은 ‘팔지 않는 것’이다. WSJ은 “인간의 두뇌는 수십 년에 걸친 엄청난 성장률을 추정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승자의 순풍을 과소평가하기 쉽다”고 전했다.
이런 투자 방식은 워런 버핏이 자주 지지하는 “평생에 단 20번만 투자할 수 있다고 상상해 보라”는 발상을 상기시킨다. WSJ은 “어떤 종목을 사든 잘 이해하고, 몇 가지 기회에만 집중해 가능한 한 오래 보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버지니아주립대의 학생 펀드 운용을 돕는 조 벡은 “우리와 후임자가 소수의 승자 종목만 골라 투자한다면 수익률은 높아질 것이며, 패자는 중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 펀드의 또 다른 리더 제이콥 슬래글은 “‘종목이 25년 동안 살아남을 수 있는가’의 관점으로 생각하게 된다”고 밝혔다.
투자에 참여한 학생들은 이미 25년이 지난 2048년 이후를 생각하고 있다. 델라웨어주립대 학생 펀드의 20세 회원 오마르 파커 주니어는 “우리가 세상을 떠났을 때, 우리의 기금은 미래 세대에게 유산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