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원 강점관점실천연구소장·임상사회사업가
“음… 큰 아들 문제 때문에 왔어요.”
아버지는 대기업에 평직원으로 입사, 계열사 사장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샐러리맨 출신이었고, 어머니는 교사 출신으로 내조에 전념한, 전형적인 한국 4인 가족이었다. 자녀는 아들 둘. 강남에서 자라난 두 사람은 무려 북유럽으로 유학을 다녀왔단다.
어머니는 두 아들이 ‘실패작’이라고 말했다. 왜? 유치원 때부터 온갖 좋은 교육 다 받게 하고, 평생 물심양면으로 뒷바라지했으며, 결국 스칸디나비아반도까지 밟았는데? 실상을 알고 보니, 둘 다 학위는 취득하지 못하고 돌아왔다고 한다.
그나마 동생은 ‘정상적으로’ 회사에 다니면서 돈을 벌고 있는데, 형은 10년 내내 ‘헛공부’만 하고선 신경 쇠약에 걸려 빈둥대며 밥만 축내고 있는 상황. 큰 인물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름 정상적인 미래를 꿈꾸던 어머니에게는 ‘실패작’이 맞았다.
가족을 내보낸 상태에서 형에게 물었다. 어째서 공부를 마치지 못했냐고. 그랬더니 단순하게 답변한다. “제가 하고 싶었던 공부가 아니었어요. 어머니께서 시키는 공부를 했죠. 어릴 때부터 시키는 대로만 살았어요. 그러면 그냥 잘 될 줄 알았어요.”
함께 대화를 나누면 어머니에게서 묘한 특성이 보였다. 두 아들이 30대 중반으로 이미 장성했는데, ‘어린애 다루듯’ 말하고 행동했다. 이 사회가 옳다고 가르쳐 주었고, 본인이 옳다고 생각한 방식대로 키웠는데, 왜 실패했는지 모르겠다는 태도.
그러니까, 이 어머니는 ‘내가 옳다’는 생각이 너무 강했다. 심지어, 상담자(나)에게 상담 방향을 정해주려고 할 정도였다. “아뇨, 선생님~ 얘한테는 이런 이야기를 해주셔야 할 것 같아요.” 본인도 내담자로서 상담실에 왔다는 사실을 모르는 듯.
그래도 상담이 잘 진행된다고 믿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파투(!)가 났다. 전화로 연락을 받았는데, 어머니가 둘째 아들과 대판 싸우셨단다. 둘째 아들이 딸기를 사왔는데, 너무 싸구려를 사왔다고 핀잔을 주었고, 아들이 참지 못해서 싸웠단다.
7년이 지났지만 이 가족을 기억한다. 그때 내가 어떻게 했어야 했나? 매일 고민해 본다. 한데, 답이 없다. 똑같이 실패할 듯하다. 왜? 내가 틀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일부라도 겸손한 태도가 있어야 하니까. 상담자가 들어갈 틈이 있어야 하니까.
(※위 사례는 개인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서, 각색한 내용입니다.)
이재원 강점관점실천연구소장·임상사회사업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