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V·DSR 한시적 완화'…결국 전세사기 피해자에 "빚 내서 집 사라"는 정부

입력 2023-04-27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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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권력의 발동, 사적인 권리 관계에 국가의 개입과 우선권 행사는 최소화돼야 하는 게 우리의 헌법정신이고 시장원리이고 우리 국민의 합의사항이라고 믿는다."(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27일 범부처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 방안 발표에서)

정부가 결국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해 내놓은 대책은 '빚을 내서 집을 사라는 것'이었다. 대출 규제를 완화하고, 거주주택을 경락받거나 신규주택 구입 시 금융지원이 강화된 정책모기지(주택담보대출)를 마련한 것이 금융대책의 전부였다.

27일 범정부 관계부처 합동으로 내놓은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 방안'을 살펴보면 전세사기 피해자를 대상으로 경락자금에 대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100%까지 허용한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과 총부채상환비율(DTI) 적용을 배제해 대출을 보다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디딤돌 대출이나 특례보금자리론 신청 시 우대금리 등을 적용하고 거치기간을 늘려 급한 불을 끌 수 있도록 했다. 금융당국은 전세대출 피해자를 위해 디딤돌 대출 내 전용 상품을 만들 예정이다. 이때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을 위해 최우대요건인 신혼부부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소득 7000만 원 이하이면 최대 4억 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소득별 금리는 연 1.85~2.7%다. 거치기간도 현행 최대 1년에서 3년으로 연장해주며, 만기는 최장 30년이다.

특례보금자리론 신청 시에도 소득은 제한 없으며, 최대 5억 원 한도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거치기간은 최대 3년, 만기는 최장 50년이다. 전세사기 피해자는 0.4%포인트(p)의 우대금리를 적용해 금리는 연 3.65~3.95%로 제공한다.

민간금융사에 대한 LTV·DSR 등 대출규제도 1년간 한시적으로 완화된다. 대출액 4억 원 한도 내에서 거주주택을 경락받으면 낙찰가의 100%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일반 주담대를 받을 땐 비규제 지역 기준으로 LTV가 80%로 적용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다급한 위기에 처했고,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특례보금자리론 우대금리 적용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며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특례보금자리론 등을 공급한다고 해서 요구되는 재원이 엄청 늘 것이라고 보진 않는다. 추이를 지켜보면서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날 금융당국이 내놓은 금융지원책은 결국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빚을 내서 집을 사라'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당장 피해자들이 거주하던 집을 경매로 낙찰받아도 기존에 받았던 전세대출에 정부 지원 경락자금이 더해져 빚만 늘어나는 셈이다. 아무리 저리로 대출을 받아도 피해자들 입장에서는 빚을 더 늘리는 꼴이다보니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선보상 후구상' 방안은 이번 지원 대책에서 아예 제외됐다. 이날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대책을 발표한 원희룡 장관은 "주가조작이나 보이스피싱, 이런 사기 피해의 경우 국가가 세금으로 피해금을 먼저 대납, 반환해주고 나중에 이 부분을 채무자나 경매절차에서 물건에 대한 가격으로 환수해 오는 것은 현재까지 있지도 않고, 이런 선례를 남겨서도 안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는 재난·재해 등 위기상황 발생 시 지원하는 긴급복지 지원제도를 '전세사기 피해자' 가구에도 적용해 생계비 등을 지원한다. 긴급복지 요건(1인 가구 기준 소득 월 156만 원·재산 3억1000만 원·금융재산 600만 원 이하) 충족 시 지원종류에 따라 생계비 월 62만 원, 의료비 300만 원 이내, 주거비 월 40만 원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금융위는 한부모·조손 가정 등에 지원하는 3% 금리의 신용대출을 전세사기 피해자에게도 지원한다. 개인신용평점 하위 20%, 기초수급자·차상위계층, 근로장려금 해당자가 대상이며, 미소금융 '취약계층 자립자금 대출'을 통해 최대 1200만 원까지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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