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 새주인 찾기 어렵네…동원그룹, 맥도날드 인수 추진 중단

입력 2023-04-27 15:00수정 2023-04-27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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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맥도날드가 경상남도 창원에 오픈한 드라이브 스루 매장 ‘마산석전DT점’ 모습. (사진제공=한국맥도날드)

동원그룹이 한국맥도날드와의 협상을 중단하며 맥도날드의 새 주인 찾기가 안갯 속에 빠졌다. 쉐이크쉑과 슈퍼두퍼에 이어 파이브가이즈 등 글로벌 수제 브랜드가 속속 국내에 상륙하며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면서 매각가에 대한 이견 차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국내 햄버거 시장은 가파르게 덩치를 불리고 있지만, 제살깎아먹기식 경쟁에 내실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버거킹과 맘스터치 등 매각에 나선 업체들의 주인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동원그룹, 한국맥도날드 협상 중단…제시금액 5000억 vs 2000억

27일 동원산업에 따르면 이 회사는 이달 한국맥도날드 인수를 모두 중단했다. 이 회사는 지난 1월 한국맥도날드 인수를 위한 예비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했고, 실사를 진행해왔다. 양 사는 수 차례에 걸쳐 가격과 운영 방식 등을 두고 협상을 가졌지만 매각가에 대한 의견차가 컸다. 동원산업 측은 약 2000억 원으로 매입 의사를 밝혔지만, 맥도날드는 5000억 원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한국맥도날드의 매각 추진은 2016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로 당시 글로벌 사모펀드 회사 칼라일이 매일유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를 추진하다가 매일유업의 포기로 무산된 바 있다. 동원산업 관계자는 “맥도날드 인수는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최종 결정했다”고 말했다.

◇ 햄버거 시장, 2025년 4조원대로 급성장

국내 햄거버 시장은 성장세가 가파르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버거 시장은 2010년 1조3892억 원에서 2014년 2조982억 원, 2019년 3조256억 원으로 규모가 커졌다. 또한 2025년에는 3조9475억 원으로 늘어, 4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국내 버거 업체들의 매출도 좋다. 롯데GRS는 지난해 실적으로 매출액 7815억 원을 거둬 전년동기 대비 15.7% 덩치를 불렸다. 롯데GRS의 롯데리아 매출 비중은 통상 60~65% 수준으로 알려진다. 롯데리아 매출은 작년 1분기 전년 동기에 비해 8.8% 성장했고, 2분기에는 무려 31.4% 뛰었다. 3분기와 4분기 증가폭 역시 1.6%와 11.8%를 기록하며 4개 분기 연속 신장했다.

버거킹도 지난해 매출 7574억 원으로 1년 새 11.6% 성장했다. 한국맥도날드의 경우 매출이 2019년 7248억 원, 2020년 7910억 원, 2021년 8679억 원 등 3년 연속 늘었다.

◇ 치열한 프로모션 경쟁에 수익성은 악화

문제는 치열한 경쟁에 따른 내실 악화다. 버거킹은 지난해 영업이익 79억 원을 거둬 1년새 68.4% 꼬꾸라졌다. 한국맥도날드는 2019년 -440억 원, 2020년 -484억 원, 2021년 -278억 원으로 3년 연속 적자다. 업계에서는 지나친 경쟁에 따른 할인 프로모션 등으로 내실에 타격을 입었다고 본다.

여기에 최근에는 쉐이크쉑과 슈퍼두퍼에 이어 한화갤러리아가 올해 6월 미국 유명 햄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를 들여 오기로 하면서 버거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갤러리아는 6월 1호점을 시작으로 5년 간 국내에 15개 이상의 매장을 연다는 계획이다. 2015년 SPC그룹이 국내 론칭한 쉐이크쉑 버거의 점포 수는 이미 200개를 넘어섰다.

이 때문에 다수의 햄버거 업체들은 매물로 나와 있는 상태다. 2019년 사모펀드 케이엘앤파트너스가 인수한 맘스터치는 현재 매각을 추진 중이고, 버거킹을 보유한 PEF 어피니티도 올해 하반기부터 다시 매각 추진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오케스트라PE가 인수를 확정한 KFC까지 포함하면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 등 대기업이 보유한 롯데리아와 노브랜드버거를 제외한 유명 버거들이 모두 매각에 나선 셈이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국내 버거 성장세는 가파르지만 국내외 글로벌 브랜드가 속속 국내에 참전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면서 “특히 고가 시장과는 달리 저가 버거 시장은 프로모션이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을 정도로 제살 깎아 먹기 마케팅이 심하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신논현역 인근 파이즈가이즈 매장 (남주현 기자 jo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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