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서울 강남 주택가에서 여성을 납치하고 살해한 이른바 ‘강남 납치·살인 사건’ 일당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들이 사건 6개월 전부터 계획적으로 공모해 범행을 저질렀고 피해자의 가상자산(암호화폐)을 탈취하려다가 미수에 그친 것으로 결론 내렸다.
28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전담수사팀은 유상원, 황은희, 이경우, 황대한, 연지호를 강도살인과 강도예비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이들 중 범행을 직접 저지른 이경우와 황대한, 연지호는 사체유기와 마약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이들 3인조와 함께 피해자를 미행하고 감시한 이 모 씨는 강도예비 혐의로 구속기소 됐고 이경우에게 범행에 쓰인 약물을 제공한 부인 허 모 씨는 강도방조 및 절도,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다.
검찰에 따르면 3인조는 지난달 29일 오후 11시 45분께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아파트 앞에서 피해자 A 씨를 차량으로 납치해 향정신성 약물을 주사해 살해했다. 이들은 A 씨 시신을 대전 대청댐 인근 야산에 암매장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이 발생 6개월 전부터 준비한 계획범죄라고 결론 내렸다. A 씨 권유로 2020년 10월 암호화폐 ‘퓨리에버코인’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본 유 씨 부부가 지난해 9월 ‘A 씨를 납치해 가상화폐를 빼앗고 살해하자’라는 이경우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시작된 범행이라는 것. 유 씨 부부는 범행을 제안한 이경우에게 범행 착수금 7000만 원을 지급했고 이경우는 황대한과 연지호를 범행에 끌어들였다.
범행 과정에서 이들은 피해자의 휴대전화로 가상화폐거래소 비밀번호를 알아내 이경우에게 건네줬다. 이경우와 유상원은 가상거래소 접속을 시도했지만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범행에 이용된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 829개와 피의자들의 휴대전화 포렌식을 통해 복구한 통화내역 등을 분석해 범행 당시 이들이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상황을 공유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납치에 이용된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에는 범행 이전 황대한이 연지호에게 “일단 우리는 연관성이 없다고 했잖아. 우리는 용의선상에서 배제야”라고 말하는 정황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이들이 피해자와 모르는 사이인 황대한과 연지호가 범행을 저지르면 피해자가 실종된 것으로 처리돼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여기고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보고 있다. 범행 당일 오후부터 저녁까지 황대한과 이경우가 10차례 이상 통화하며 범행을 논의한 사실도 검찰 수사 결과 확인됐다.
검찰에 따르면 앞서 유상원과 항은희 부부는 투자 수익과 관련해 과거 피해자와 민·형사 소송 등 여러 분쟁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유 씨 부부로부터 “피해자에게 가상화폐 자산이 많을 것”이라는 말을 들은 이경우가 피해자의 가상화폐를 빼앗고 살해해 유 씨 부부의 환심을 사서 함께 가상화폐 사업을 하는 등 이익을 취하려 했던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이경우가 유 씨 부부로부터 받은 7000만 원에 대해 추징보전명령을 청구해 21일 법원에서 인용됐다고 밝혔다. 또 피해자 유족들에겐 범죄피해자 유족구조금과 장례비 등 경제적 지원이 결정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