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올해 경유 수요 2% 감소 전망...2016년 이후 최대
유럽, 원유 선물 대비 경유 프리미엄 1년여 만에 최저
경유 수요 감소, 화물 물동량 급감하는 화물 리세션 시사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중국 교통부를 인용해 고속도로를 달리는 트럭 수가 몇 주 동안 눈에 띄게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9일로 끝난 주간 기준 트럭 수는 전주 대비 8%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트럭 운행이 줄어들자 중국 상업용 경유 비축량은 지난달 초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화물 수요 감소는 중국의 3월 제조업 지표가 발표된 후 공개돼 우려를 더했다. 중국의 3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1.9에 그쳐 전월 대비 하락했다. 비제조업 PMI가 58.2로 2011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컨설턴트업체 FGE의 미아 겡 중국 애널리스트는 “올해 하반기 중국의 경유 수요는 증가보다 감소가 더 클 것”이라며 “특히 서방에서 경제적 역풍이 불고 있는 만큼 중국은 제조업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내수에 의존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에선 경유 수요가 올해 2% 감소해 2016년 이후 가장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점쳐졌다. 또 유럽에선 원유 선물 대비 경유 프리미엄이 1년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급락했다.
전반적인 경유 수요 감소는 철도와 도로, 해상에 걸쳐 교역량 급감으로 화물 물동량이 급격히 줄어드는 화물 리세션을 시사한다.
실제로 CNBC방송에 따르면 4월 미국 항구로 향하는 해상 화물 주문량은 1년 새 반 토막이 났고 지난해 말 기준 미국 기업들의 중국 제조 주문 건수도 40%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S&P글로벌의 미국 연료·정유 책임자인 데브닐 초두리는 현 상황을 “2008~2009년 금융위기와 팬데믹을 제외하면 최악의 경제환경”이라고 평했다.
네이션와이드이코노믹스의 벤 에이어스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유 수요 감소는 가계 지출이 줄어들고 있다는 초기 신호로서 광범위한 경제 선행지표로 작용할 수 있다”며 “경제 전반에 걸친 경기침체 위험과 부합한다”고 분석했다.
이런 이유로 주요 이코노미스트들은 내년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질 확률을 65%, 유럽은 49%를 제시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화물 리세션과 관련한 경기침체 징후는 시장에도 이미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인 지난해 5월 갤런당 5.34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했던 미국 경유 가격은 지난달 말 2달러 선까지 추락했다.
경유 가격 하락에 기업들도 아우성이다. 경유를 제조하는 정유업체 발레로 주가는 지난달에만 14% 하락했고 마라톤은 6.2% 내렸다.
20개 화물업체와 철도, 트럭 등 운송 관련 대형 종목을 추적하는 다우존스운송평균지수도 2월 초 이후 7% 가까이 하락했다. 경기에 민감한 소형주를 담은 S&P스몰캡600지수도 올해 들어 0.5% 상승하는 데 그치면서 7%대의 S&P500지수 상승률에 크게 뒤처진 상태다. 경기 동향 풍향계로 불리는 글로벌 물류 업체 UPS는 1분기 실적 발표 당시 올해 연간 매출 가이던스까지 하향하며 주가 급락을 겪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운송을 비롯한 경기민감주의 하락은 잠재적인 경기침체에 대한 투자자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것을 반영한다”며 “역사적으로 이들 주식은 상품과 자재, 여행 수요가 둔화하는 경기침체기에 더 빨리 매도됐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주요국을 중심으로 한 화물 리세션은 이제 신흥국과 개발도상국 등 전 세계로 번질 조짐을 보이면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3월 동남아시아 공장들의 제조업 PMI 확장세는 전월 대비 둔화했거나 큰 변화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우드매킨지의 다프네 호 수석 애널리스트는 “정부가 연료 보조금을 삭감하기 시작한 인도네시아를 포함해 신흥국에서도 경제 성장이 둔화하면서 경유 수요는 줄고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