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직함 없이 차명으로 경영권 장악…조작한 보고서로 식약처, 미 FDA 허가
코로나19 유행 시기 진단키트 관련 허위보도로 주가를 조작한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필로시스 그룹 실소유주가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단장 단성한)은 코스닥 상장 의료기기업체 피에이치씨(PHC)가 속한 필로시스그룹 실소유주 이모(54)씨를 구속기소했다고 1일 밝혔다.
검찰은 앞서 지난해 11월과 올해 1월 관련 사건으로 최인환 PHC 대표이사와 부사장 등 임직원 6명을 구속해 재판에 넘겼다. 무자본 기업사냥과 코로나 진단키트 개발을 내세운 주가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의자는 총 7명이 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PHC를 무자본으로 인수하고 주가조작·횡령·배임을 주도해 모두 931억 원의 부당이익을 올린 혐의를 받는다.
이씨 등은 2019년 5∼7월 '기업 사냥' 세력으로부터 조달한 자금을 자기자금으로 허위 공시하며 PHC를 인수했다. 코로나19가 유행한 이듬해 3∼9월에는 ‘코로나19 진단키트 특허, 유럽인증’, ‘식약처 제조 허가’, ‘검체수송배지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취득’ 등 허위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공시했다. 이 과정에서 의사 서명을 위조하고 시험결과를 조작한 보고서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FDA에 제출해 허가를 얻었다.
검찰은 이들이 이 같은 방법으로 주가를 띄워 총 214억 원의 부당 이득을 취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PHC 주가는 2020년 3월18일 종가 775원에서 그해 9월9일 종가 9140원으로 1000% 넘게 급등했다.
이씨는 PHC를 인수한 직후인 2019년 7∼9월 자신이 보유한 비상장회사 필로시스 주식을 PHC가 고가에 매입하게 해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는다. PHC는 당시 주당 2000원이던 필로시스 주식을 2배 이상 비싼 4300∼5000원에 매입해 183억 원의 손해를 입었다.
2020년 9월에는 최 대표 등이 PHC의 전환사채(CB)를 이씨에게 헐값으로 양도하면서 회사에 360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는다. 이와 함께 이씨와 최 대표 등은 2020년 9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그룹 관계사 자금 약 175억 원을 빼돌려 임의로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들의 횡령·배임 액수는 모두 717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씨는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 그룹 내 공식 직함 없이 ‘부회장’으로 불리면서도 공식 직함을 등재하지 않고 차명으로 주식을 보유하며 경영권을 장악한 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한편, PHC는 지난해 3월 감사의견 거절로 거래가 정지됐다. 이에 따른 소액 주주 피해액은 1852억 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