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계비용 마련위한 매도” vs “키움CFD 계좌로 인위적 주가 하락시킨 것”
김 회장 다우데이타 집중매수 시기·매도시점 의심의 눈초리
SG증권발 폭락 사태가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과 라덕연 H투자 대표 간의 소송전으로 번지고 있다. 당초 일부 투자자들의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에 따른 시세 급락으로 추측됐으나 결국 대리투자와 통정거래 등이 추가로 밝혀지면서 소송전으로 번져가는 모양새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라 대표가 김 회장을 이번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민사소송을 진행하겠다고 하자 키움증권 측은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등으로 라 대표를 고소했다.
김 회장은 폭락 직전 다우데이타 블록딜 매각은 승계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매도였고, 100% 우연이라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달 20일 다우데이타 주식 140만 주를 주당 4만3245원에 처분해 총 605억4300만 원의 현금을 확보한 바 있다.
반면, 라 대표는 김 회장이 상속세를 줄이기 위해 시세조종을 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즉 라 대표 측은 기업 밸류(가치)가 좋아서 매수를 꾸준히 한 것일 뿐 오히려 김 회장의 매도 때문에 본인이 큰 피해를 봤다는 주장이다.
또한 다우데이타 블록딜 이후 키움증권과 연계된 SG증권 차액결제거래(CFD) 계좌에서 대량의 반대매매도 이뤄져 인위적으로 주가를 하락시킨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키움증권 측은 이에 대해 “키움증권과 연계된 CFD 계좌에서 첫 반대매매가 나온 것은 24일 오전 9시 24분쯤으로 이미 큰 하락이 일어난 후 반대매매가 시작된 것”이라면서 “폭락 사태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업계에선 김 회장이 지난해 다우데이타 주식을 집중 매집한 시기와 폭락 전 매도 시기를 연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해 6월 23일부터 7월 20일까지 3만2855주, 9월 26일 2000주 등 총 3만4855주를 집중 매입했다. 매입 직후인 10월 부터 주가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올해 2월까지 약 4배 가까이 뛰었다. 이후 5만원 대를 유지하다 얼마가지 않아 대규모 폭락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오너가 자사주를 매입하는 경우 주가 상승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순 있으나 4배 가까이 뛰는 현상은 보기 쉽지 않다”면서 “이처럼 정확한 매수·매도는 더더욱 의심을 살 수 있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한편, 서울남부지검 금융범죄합동수사단은 라 대표 등 SG사태 주요 피의자 6명을 입건하고 조만간 이들에 대한 소환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검찰은 주가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일당과 대주주들의 관계, 대주주들의 폭락 사태 관여 여부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를 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