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동맹 “정부, 방사선 비상계획 구역에 예산 지원해야 하지만 미흡”
이현정 행안부 과장 “국가재정 어려워…다양한 이해관계 존재”
중앙정부가 주관하던 방사능 방재업무가 지방으로 위임되면서 원자력발전소 인근 지역에 국가가 재정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 2일 개최한 ‘원자력안전교부세 신설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는 “‘원자력안전교부세’ 신설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부가 2015년 방사선 비상계획 구역을 30km로 확대하고 지자체에 방사능 방재업무를 위임했지만, 관련 지원은 부족해 실질적인 업무 수행이 힘들단 주장이 나오면서다.
‘방사선 비상계획 구역’은 원자력 시설에서 방사능 누출사고가 발생했을 때 주민보호 대책이 가동되는 지역을 말한다. 원전 인근 5km 이내 지자체의 경우 발전소주변지역법 등에 따라 매년 수백억 원 예산을 지원받지만, 반경 5km를 넘어가는 지자체는 지원받을 근거가 미흡하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국원전인근지역동맹(이하 전국원전동맹)은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전국원전동맹은 울산 중구 등 원전 인근 지역에 위치한 23개 지자체가 결성한 단체다.
이들은 “정부는 확대된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에 필요한 예산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하지만 현재까지도 아무런 대안은 제시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원전 소재지뿐만 아니라 방사선비상계획구역 내 모든 지자체에도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방재 업무 수행에 있어 현실적 어려움도 토로했다. 박철희 전북 고창군청 안전총괄과 주무관은 “방사능 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피주민들이 거주할 거주시설이 필요한데 이 구호소는 원전 소재지가 아닌 인근 지자체에 위치해 있다”며 “즉 구호소 관리 책임이 인근 지자체에 있는 만큼 관련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박 주무관은 이어 “이외에도 방재 물품을 비축할 수 있는 방재센터라든지 원자력 병원, 비상 시 머무를 임시 거주시설 등 방재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담당 인력도 부족해 전체 자치구 방재 업무를 직원 한 명이 도맡아서 하는 지자체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방세법 부칙을 보면 ‘정부는 확대된 방사선 비상계획 구역에 필요한 예산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근거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관계부처인 행정안전부는 재정 부담 등을 이유로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단 입장을 고수했다. 이현정 행안부 지방세정책과 과장은 “(지자체에 대한) 적절한 재원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다만 이런 재원 조정이라든가 과세대상 확대에는 중앙과 지방, 광역과 기초, 신규 발전사업자와 관계자 등 다양한 이해 관계자가 존재한다”고 입을 뗐다.
이 과장은 이어 “입법 환경 측면에서 말씀드리면 중앙 재정당국에서는 최근 국가재정 쪽에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며 “각각 보는 방향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 간격들을 좁혀가는 가교 역할을 (행정안전부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많은 주민들께서 문제점이자 현안으로 제기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앞으로 자치단체 주민들의 의견을 들으면서 관련해 함께 검토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전국원전동맹은 이날 토론회에서 국회의원 30명과 원자력안전교부세 신설 등을 위한 정책 연대 협약을 맺었다. 협약서에는 △원자력안전교부세 신설과 재정 지원을 위한 공동 협력 △주민 우선 원전 안전 정책에 관한 공동 대응과 제도 개선 등이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