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도 환자 늘어나는 ‘엠폭스’ 어떤 질환?…예방·치료법 A to Z

입력 2023-05-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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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 이내 성접촉 있던 경우 96.2%…고위험군 경우 백신 접종 권고

▲국내에 처음으로 원숭이두창 확진환자가 발생한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전광판에 원숭이두창 감염병 주의 안내문이 나오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지난해 4명에 불과했던 국내 엠폭스환자가 3일 기준 52명으로 증가했다. 최근 한 달 새 확진된 환자만 47명에 이른다. 지금까지 확진된 환자 대부분이 남성이고 잠복기 내 접촉(성관계, 비말 등)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5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의 ‘엠폭스 국내 발생 현황 및 역학조사 경과’에 따르면 따르면 엠폭스 국내 발생 누적 확진자는 52명이며, 이 중 국내 감염 추정 사례가 46건, 해외유입 및 관련 사례가 6건이다.

국내 엠폭스 감염 52명…국내 감염 추정 사례가 대다수

보건당국 발표에 의하면 확진 환자 52명 중 엠폭스 최초 증상 발생 전 3주 이내 성접촉이 있었던 경우가 96.2%(50명)에 달했다. 이중 43명이 익명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클럽, 숙박시설 등 고위험시설에서 익명의 사람과 성접촉한 사례였다.

여성의 경우도 엠폭스에 감염될 수 있다. 상처 부위를 비비는 등 밀접 접촉 시 감염 가능성이 높아진다. 국내 확진자 중 2명이 여성으로 확인됐다. 또한 성접촉 없이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도 2명이다. 방역당국은 피부접촉을 통한 밀접접촉으로 감염됐다고 파악하고 있다.

엠폭스에 노출되고 증상이 발현하기까지는 평균 9.1일이 걸렸다. 주요 증상은 항문·생식기 통증을 동반한 국소 피부병변(궤양·부기·발진)이다. 피부병변은 모든 환자에게 발현됐으며, 증상 초기에는 감기와 유사하게 발열과 두통, 근육통, 오한 등 비특이적인 증상이 나타났다.

국내 확진자 대부분은 경증으로 건강 상태가 양호했다. 엠폭스 치료제를 투약한 확진자는 28명이다. 현재 30명이 입원치료 중이다. 감염된 사람은 격리 입원해 증상에 따른 대증치료를 진행하고 있으며, 후유증이 보고된 사례는 현재까지 없다. 정부는 신속한 병상 배정을 위해 17개 시·도별로 5개 이상 병상을 지정하고, 환자 발생이 많은 시·도는 10개 이상 지정하도록 했다.

일반 국민 엠폭스 질환 정보·이해도 부족

엠폭스 국내 감염 확진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관련 정보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도는 아직 부족한 편이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팀은 지난달 21~24일 한국리서치와 함께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엠폭스 인식 온라인 설문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엠폭스 국내 감염 현황을 비교적 정확히 알고 있다는 응답은 32.1%였고, 의심 증상이 나타났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27.9%), 엠폭스 고위험 상황은 무엇인지(26.0%), 공식적인 정보나 지침은 어디서 얻을 수 있는지(17.1%) 등에 대해 정확히 아는 사람의 비율은 그보다 낮게 나왔다.

OX퀴즈 형식으로 엠폭스의 이해도를 알아본 문항에선 ‘엠폭스는 주로 감염된 동물이나 사람과의 밀접한 접촉을 통해 전파된다고 알려졌다’, ‘엠폭스의 주요 증상은 발열, 발진, 피부병변, 오한 등으로 알려졌다’에 정답인 ‘O’를 고른 응답이 각각 66.7%, 63.2%로 높았다. 반면 ‘국내에서 이용 가능한 치료제·백신은 없다’라는 문항의 오답률(치료제 24.9%·백신 31.2%)은 정답률(치료제 19.7%·백신 15.2%) 보다 높았다. 정답은 ‘X’다. 방역당국은 엠폭스 대응을 위해 백신 ‘진네오스’와 항바이러스제 ‘테코비리마트’를 확보해둔 상태다.

유 교수는 “감염사례가 늘어날 때 관련 기본 지식과 정보를 충분히 이해하는 것은 합리적인 위험 판단과 적절한 개인행동 대응을 위해 중요하다”며 “정부와 보건당국이 일반 국민의 엠폭스 이해도를 높이고자 취한 노력이 미흡하고, 시급히 강화될 필요가 있음을 뒷받침하는 조사결과”라고 설명했다.

방역당국은 엠폭스 확진 환자가 지속 증가함에 따라 접촉자뿐만 아니라 고위험군에 대한 노출 전 예방접종을 확대 실시할 계획이다. 18세 이상 감염 위험이 큰 고위험군이 대상이다. 다만, 고위험군 기준은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았다. 예방접종은 8일부터 시작된다.

방역당국은 엠폭스 백신인 진네오스 1만 회분을 국내에 도입했고, 의료진과 역학조사관 등 200여 명과 확진자의 일부 밀접 접촉자들은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 한 번 접종만으로 86%의 예방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엠폭스는 어떤 질환?…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엠폭스(Mpox)는 1958년 실험실 사육 원숭이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중앙 및 서부 아프리카의 풍토병으로 발생해왔다. 증상은 두창(천연두)과 비슷했지만 치명률은 3~6%로 두창보다 낮았고, 대부분의 감염은 바이러스를 보유한 설치류, 영장류 등의 동물과 사람이 접촉했을 때 이뤄졌고 사람 간 전파는 가능하지만 매우 드물었다.

지난해 5월 이후 유럽과 북남미를 중심으로 동물이 매개되지 않은 주로 남성 간 성접촉(MSM)을 통한 엠폭스 환자 수가 급증했다. 이에 세계보건기구(WHO)는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언했다. WHO에 의하면 2022년부터 2023년 4월 4일까지 전 세계 110개국에서 8만6838명의 환자가 보고됐고 112명이 사망했다. 현재 전 세계 확진자 수는 2022년 8월 정점을 찍고 꾸준히 감소 추세로, 치명률도 1% 미만으로 유지되고 있다.

다만 대부분 2~4주 앓고 나면 자연 치유되기 때문에 사회적 낙인 등을 우려해 진단에 응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고 있고, 이를 통해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하면서 여성, 임신부, 소아 및 고령층 환자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향후 엠폭스 유행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전 세계적으로 보고된 엠폭스 환자의 95% 이상이 남성이고 확진자의 상당수가 HIV 감염자로 확인되고 있다. 엠폭스의 증상은 발열, 두통, 발진, 림프절 비대 등으로 초기에는 수두, 홍역, 일반 성병과의 감별이 어렵다.

최근 연구 결과들을 종합하면 엠폭스 발생 지역에서 3주 이내 성접촉력이 있으면서 서혜부(사타구니) 림프절 비대가 동반되고 성기 및 항문 부위에 수포성 발진이 발생하는 경우는 반드시 엠폭스를 의심해야 한다. 엠폭스는 대부분 입원 치료가 필요하며, HIV 환자나 면역저하자의 경우에는 드물지만 사망할 수 있다.

진단이 늦어지면 본인도 위험하지만 가족과 의료진도 감염 위험에 노출된다. 신상엽 KMI한국의학연구소 연구위원회 수석상임연구위원은(감염내과 전문의)은 “엠폭스는 국내에 충분한 치료제와 백신이 구비돼 있어 조기 진단되면 위중증으로 진행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성관계 파트너, 가족, 의료진 등을 통한 지역사회 전파도 차단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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