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내달 사업자 라이선스 도입
法, 신탁 가능한 재산으로 인정도
규제 불확실성 해소해 사업 육성
미국과 유럽이 가상자산 규제로 상이한 행보 보이는 가운데, 산업을 적극 육성해 성장 모멘텀을 가져가려는 국가들도 있다. 규제 불확실성을 해소해 갈 곳을 잃은 가상자산 기업을 자국으로 불러 모으겠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가상자산 기업을 불러들이는 데 성공한 대표적인 국가는 아랍에미리트(UAE)이다. 두바이의 신도시 주메이라 레이크 타워 지구에 위치한 최대 자유 무역 지대인 ‘두바이복합상품거래소(DMCC)’는 각종 세제 혜택과 적극적인 투자 지원을 제공해 최근 전 세계 가상자산기업이 몰려들고 있다.
DMCC는 특구 내 개인과 법인 소득에 100% 면세 혜택 및 투자 지원을 제공하며, 국적에 상관없이 투자자의 법인 소유권을 보장해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말 기준 DMCC에 자리 잡은 가상자산 관련 기업은 3049 곳으로, 전년 대비 23% 증가했다. 글로벌 거래소들 역시 두바이의 크립토 사랑에 화답했다. 이미 바이낸스, 크립토닷컴, 바이비트 등 굵직한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가 지난해 두바이에 둥지를 틀었다. 지난 3월 아흐메드 빈 술레얌 DMCC 회장은 지난해 11월 부산블록체인위크(BWB2022) 이후로 다시 한국을 찾아 성남시, 한국블록체인협회 등과 MOU를 맺고 국내 기업에게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다.
두바이는 적극적인 지원과 함께 규제도 명확히 했다. 현지 가상자산 주무 부처인 VARA(가상자산규제청·Virtual Asset Regulatory Authority)는 올해 초 가상자산 사업자 라이센스 제도에 대한 구체적인 규제 프레임 워크를 발표했다. 코인 발행부터 거래·지갑 서비스까지 세부적인 행위 규제 내용이 담겨 업계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홍콩 역시 규제 불확실성을 해소하며 글로벌 거래소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홍콩은 올해 6월부터 가상자산 사업자 라이선스 제도를 도입하고, 개인들도 가상자산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라이선스 제도를 안착하기 위한 가이드라인도 이달 내에 발표할 방침이다. 또 웹3 생태계 개발과 인재 육성 등을 위한 5000만 홍콩 달러(약 84억 원)를 홍콩 특구 예산안에 포함했다. 창펑 자오 바이낸스 CEO는 1일(현지시각) 진행한 AMA(Ask Me AnyThing)에서 “홍콩은 가상자산에 매우 개방적인 지역이고 이는 매우 좋은 변화”라고 말했다.
홍콩은 제도화를 위한 규제 마련과 산업 진흥을 동시에 추진할 계획이다. 이날 가상자산 전문 매체 코인텔레그래프 등 외신에 따르면 닐 탄 홍콩핀테크협회장은 3월 홍콩에서 개최된 웹3 컨퍼런스 ‘WOW 서밋 2023’에서 “만약 합법적이고 규제된 방식으로 가상자산에 접근할 수 있다면, 이용자들이 홍콩을 선택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면서 “실제로 최근 이용자들의 선택지가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탄 회장은 홍콩이 최근 라이선스 제도와 같은 법적 프레임워크뿐 아니라, 인재와 관련 인프라를 유치하는 데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른 국가들(미국, 싱가포르 등)은 가상자산에서 한 걸음 물러난 가운데, 홍콩이 앞서나가고 있다”고 말해 시장 진흥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또한 지난달 홍콩 법원은 가상자산을 신탁할 수 있는 재산이라고 인정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정엽 법무법인 LKB 대표변호사는 “가상자산이 신탁법 규정을 적용받으면, 이 법 제도에 따라 신탁자와 수탁자 등의 법률관계나 이를 기초로 한 여러 문제를 신탁법으로도 규율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 중요한 것”이라면서 “가상자산 신탁을 기초로 한 금융이 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가상자산이 사회적으로 가치가 있는 자산으로 인정받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