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셀바스AI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달 7일, 셀바스 AI가 788억 원 규모의 주주배정 방식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다. 이튿날에는 자회사인 셀바스헬스케어가 341억 원 규모의 주주배정 방식 유상증자 결정을 공시했다. 이 같은 결정에 주가는 급락했고 투자자들의 반발은 커졌다.
셀바스 AI가 1130억 원에 달하는 유상증자를 결정한 배경에는 ‘지속 가능한 성장’이라는 포석이 깔려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곽민철<사진> 셀바스 AI 대표이사는 3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긴축상황으로 투자가 어려워지고, 점점 돈이 귀해질 것이다. 단순히 기술로만 밀어붙이는 회사들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체력을 갖춘 회사와 기술만 가진 회사 간 변별력이 생길 거라고 생각한다. 견고한 실적 성장을 가져가면서 자금 조달을 했기 때문에, 증자 후를 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곽 대표는 “장기 투자자와 단기 투자자의 이해관계는 일치하지 않는다. 단기적으로 (주가를) 부양하고 뉴스를 만들 순 있겠지만 실적이 그만큼 받쳐주지 못하면 장기적으로 빠진다”며 “매년 회사가 성장하는 것을 굉장히 중요한 가치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은 사업 전략을 위한 연구·개발(R&D) 비용에 90% 이상 사용된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술뿐만 아니라 종합적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곽 대표는 셀바스 AI가 ‘버틸 수 있는 기업’이 되는 것도 중요하다고 봤다. 그는 “일반 소프트웨어와 달리 AI는 예측 가능성이 떨어져 사용자가 다시 돌아오는 ‘리텐션(잔존율·Retention)’이 낮다”며 “AI 기술이 어느 순간 특이점을 넘을 텐데 언제 오는지를 예측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래서 지속 가능성을 큰 가치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
단기적인 주가 부양을 위한 배당에도 선을 그었다. 그는 “단기적으로 배당이나 무상증자를 하면 투자자들이 좋아하지만 지속 가능한 성장에는 독이 된다”며 “이해관계가 상충했을 땐 하나를 결정해야 하는데, 장기적으로 봤을 때 내년 주가가 어디 가 있느냐가 중요하다. 1호 AI 기업으로서 종합적으로 내린 판단”이라고 했다.
곽 대표가 지속 가능한 성장과 탄탄한 체력을 강조하는 건 경험에서 우러나온 결과다. 셀바스 AI는 2019년 자회사의 대규모 적자로 감사의견 ‘한정’을 받고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바 있다.
그는 “미래 먹거리로 AI와 디지털헬스케어 두 분야를 잡았는데, 기술도 시장도 준비가 안 됐다 보니 마음이 급해서 재무적으로 무리를 많이 했다”며 “그때 재무구조를 튼튼하게 가야 한다는 기조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셀바스 AI는 교육과 의료 분야를 주목하고 있다. AI가 일하는 방식을 가장 많이 바꿀 분야라고 생각해서다. 그러나 기술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교육·의료 현장의 패러다임 자체가 변해야 하기 때문에 단기간 내 수익을 내기가 어렵다. 곽 대표는 큰 그림 속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요소들에 주목해 고객을 확보하고 캐시카우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펼쳤다.
곽 대표는 “사용자 일상을 바꿀 정도가 되려면 AI가 기술만 갖고는 안되고 소프트웨어도, 디바이스 역량도 다 갖춰야 하는 종합적 역량을 요구하는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