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의혹·태영호 징계에도 답보...무당층 요지부동
김기현 대표 체제 흠 갔다는 지적
견고해진 무당층...여론조사서 약 30%로 박스권
최근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에 유리한 큰 사건들이 잇따라 터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이 터지면서 동시다발 수사가 진행됐고, 사건의 중심에 선 송영길 전 대표는 서울중앙지검에 자진 출석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설상가상으로 김남국 민주당 의원의 ‘60억 코인 의혹’까지 불거진 상황이다.
여당 지지율은 소폭 반등했다. 한국갤럽이 2일부터 4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에서 국민의힘은 35%, 민주당은 32%의 정당 지지율을 기록했다. 지난주와 비교해서 민주당이 5%포인트(p) 하락하고, 국민의힘은 3%p 반등하면서 7주 만에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앞섰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을 앞섰지만, 내년 총선에 드리운 그림자는 여전하다. 내년 총선에서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49%, ‘현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37%로 집계됐다. 정부 견제론이 정부 지원론보다 10%p 격차로 크게 나타난 것이다.
당 지지율 또한 3·8 전당대회 당시 40%에 육박하던 때와 비교해서는 낮은 수준으로, 30% 초중반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당시 45% 지지율을 기록했던 때보다는 확연히 낮다. (한국갤럽 2022년 6월 1주차 기준. 자세한 사항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일단 김기현 대표 체제에 흠이 갔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민주당이 돈봉투 의혹으로 곤욕을 치를 사이 내부 악재를 조속히 수습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은 잇단 실언으로 당내 불협화음이 일었다. 김 대표가 이내 엄중 경고를 선포하면서 잠잠해지는 듯했다. 당 중앙윤리위원회는 오는 8일 두 최고위원에 높은 수위의 징계를 내릴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여권 관계자는 “최고위원들의 발언으로 이미 당 지지율은 내려갔다”고 평가했다.
여권에서는 “김기현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를 수 있을까”라는 우려 섞인 의문이 파다하게 흘러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김기현 대표가 용산(대통령실)의 오더(지시)를 받는다는 이미지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전당대회 때부터 최근 태 최고위원의 녹취록 파문까지 ‘대통령실 정무 개입’ 논란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고 있다. 김 대표의 인지도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보다 낮은 점도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실이 김 대표를 전폭적으로 밀어줬는데, 여전히 인지도가 낮다”며 “대통령실도 난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견고해진 무당층도 국민의힘에 부정적 요소다. 한국갤럽 여론조사 기준 올해 ‘무당층’이라 답한 응답자 평균은 27.2%다(한국갤럽 1월 1주 차~5월 1주 차까지 진행된 17개 조사) 무당층 응답자가 약 30% 박스권에 갇히면서 제3지대 가능성마저도 나오는 것이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4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현재 각 당의 지지층만 가지고서는 선거를 이길 수가 없다”며 “우리나라의 유권자들의 성향이 어떻게 변하고 있느냐를 냉정하게 판단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30대 직장인 A씨는 “(양당이) 이대로 가면 제3당에 투표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30대 직장인 B씨는 “대안이 없는 것 같다”며 “제3당은 찍어줘도 어차피 당선이 안 될 것 같고, 그렇다고 양당 중에 하나를 찍어주려고 하니 그것도 혼란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