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소프트웨어 시장, 100억 달러→260억 달러로 확대 전망
비즈니스 모델·수익원 대폭 변화
“차업계 공급자 개념 바뀔 것”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미국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전기차 보급 확대로 내연기관차 부품을 통해 창출되는 자동차업계의 영업이익이 2021년 총 190억 달러(약 25조2000억 원)에서 2035년 70억 달러로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반면 같은 기간 모터와 같은 전기차 부품은 30억 달러에서 220억 달러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차량용 소프트웨어 시장이 100억 달러에서 260억 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는 점이다.
닛케이는 전기차 보급과 함께 밀려오는 CASE는 한마디로 ‘전자화 물결’ 이지만, 그렇다고 단순히 차체 구조의 변화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즉 자동차 사업이 단순 하드웨어만을 파는 것을 넘어서 소프트웨어와 같은 무형의 자산을 사고파는 것으로 변모하면서 업계 자체의 비즈니스 모델이나 수익원이 변화할 것이란 이야기다.
최근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도 차량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치가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컨설팅업체 맥킨지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운전자의 8% 만이 ‘운전하는 맛’을 중시하는 자동차 애호가였다. 이는 곧 대다수 운전자가 자동차의 하드웨어 성능이 아닌 운전의 편의성과 탑승 경험을 중시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이코노미스트는 강조했다.
이러한 소비자와 업계의 변화를 가장 먼저 파악하고 움직인 것은 자동차 제조사가 아닌 IT 업체들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혼다와 공동으로 ‘소니혼다모빌리티’를 설립한 소니그룹이다. 인기 게임콘솔 ‘플레이스테이션’ 사업 등을 펼치는 소니그룹은 게임엔진을 자동차에 접목하는 것을 구상하고 있다. 게임엔진은 가상공간에 현실 못지않은 세계를 순식간에 재현하는 컴퓨터그래픽(CG) 기술을 말한다.
소니혼다모빌리티는 2026년 출시할 계획인 전기차 아필라(AFEELA)는 탑승객이 보고 만지고 운전하는 모든 곳에 게임엔진을 사용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소니는 이미 미국 에픽게임즈가 개발한 3차원(3D) 게임엔진인 언리얼 엔진을 활용해 게임뿐만 아니라 축구 경기를 3D 동영상으로 재현하거나 유명 아티스트가 아바타로 등장하는 메타버스 콘서트를 열고 있는데 이러한 게임엔진 활용을 자동차까지 확장하겠다는 것이다.
구글과 애플 등 빅테크 기업들은 방대한 운전자들의 사용자 경험을 축적해 이를 자율주행차 사업의 밑천으로 활용하고 있다. 애플의 경우 ‘애플카 플레이’로 아이폰과 자동차의 인포테인먼트를 연결해 지도와 주행 정보 및 스마트폰 앱을 연결해주고, 방대한 운전자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반면 전통 자동차 제조사들의 움직임은 IT 업계보다 느린 것이 현실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오랫동안 기계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던 자동차 기업들이 브랜드를 차별화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데 필요한 단위를 설정하거나, 관련 기술기업과의 거래를 성사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도요타의 유형자산은 약 12조 엔(약 118조 원)에 달하지만, 무형자산은 그 10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반면 소니는 무형자산이 3조4000억 엔으로, 유형자산(1조3000억 엔) 규모를 크게 웃돌았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자동차 업계에서 ‘공급자’라는 개념이 변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닛케이는 “자동차의 가치와 수익원은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콘텐츠 프로그래머와 크리에이터라는 새로운 공급 업체들을 통해 커질 것”이라면서 “이에 자동차 업계 수익성 지표가 단순히 신차 판매 대수가 아니라 월간활성이용자수(MAU)나 가입자당평균매출(ARPU)과 같은 IT 업계가 쓰는 지표 등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변화에 맞춰 전통 자동차 업체들의 생존전략이 ‘유형자산’ 제조를 넘어 ‘무형자산’에 초점을 맞춰줘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하드웨어의 부가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테슬라다. 테슬라는 전기차 제조·판매와 함께 자율주행 기능을 유료로 업데이트해주는 서비스를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