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총리, 한국 대표로…“찰스 3세, 韓방위산업 관심 보여”
참석 인원 4분의 1로...귀족 비중도 크게 줄여
'왕실 갈등' 해리 왕자, 부인 메건 마클 없이 홀로 참석
영국에서 국왕 대관식이 열린 것은 70년 만이다. 찰스 3세는 열 살이었던 1958년 왕세자에 올라 65년 만에 대관식을 치르게 됐다. 그는 어머니인 엘리자베스 2세가 71년간 재위하면서 거의 평생을 왕세자로 살아왔다. 찰스 3세는 대관식에서 국왕으로서 정의와 자비를 실현할 것을 맹세하면서 “하느님의 이름으로, 그의 본보기로서 나는 섬김받지 않고 섬길 것”이라고 다짐했다. 찰스 3세에 이어 커밀라 왕비도 대관 의식을 치렀다. 커밀라 왕비는 1911년 메리 왕비가 대관식 때 썼던 왕관을 재사용했다. 왕관을 쓴 찰스 3세 부부가 사원을 나서며 대관식은 마무리됐다.
이날 대관식에는 약 2200명의 세계 각국 정상과 종교지도자, 유명인사들이 지켜본 가운데 성대하게 열렸다. 참석자 명단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대신해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손녀 피네건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찰스 3세 대관식과 관련해 축하 트윗을 올리기도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한정 중국 국가부주석 등 전 세계 203개국이 파견한 대표가 하객으로 참석했다. 우크라이나 영부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는 데니스 슈미할 총리와 함께 참석했다. 한국 정부 대표로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관식에 참석했다. 한 총리는 찰스 3세가 우리 방위산업에 관심을 보였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 밖에 미국 유명가수 케이티 페리와 리듬 앤드 블루스(R&B)의 거장 라이오넬 리치, 호주 가수 닉 케이브, 영국 배우 에마 톰슨 등 스타들도 자리를 빛냈다.
이날 대관식은 대체로 1000년 가까이 이어진 전통의 틀을 따랐지만, 일부 의식에서는 ‘다양성 존중’이라는 시대 변화가 반영됐다. 찰스 3세는 모친이자 선왕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때와 달리 육성 기도에서 “모든 종교와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자유롭게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맹세했는데, 이는 다양성을 중시하는 현대 가치관을 반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관식 규모도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비교하면 크게 줄였다. 엘리자베스 2세 대관식 당시에는 8000여 명이 초청됐으며, 그중 영국 귀족만 910명에 달했다. 반면 찰스 3세 대관식은 이전의 4분의 1수준으로 축소하고, 귀족 비중 역시 낮추는 대신 지역사회 봉사자 등이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다만 이번 대관식 비용은 최소 1억 파운드(약 1668억 원)로 추정됐는데 이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당시의 5600만 파운드(현재 가치로 환산)의 두 배에 달한 것이다.
왕실과 갈등을 빚다가 결별을 선언하고 미국으로 떠난 찰스 3세의 차남 해리 왕자는 부인 메건 마클 없이 홀로 대관식에 참석했다. 특히 그는 대관식에서 형인 윌리엄 왕세손과도 2줄 떨어진 자리에 앉아 주목받기도 했다.
커밀라 왕비의 전남편 앤드루 파커 볼스도 대관식에 직접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커밀라 왕비와 파커 볼스는 1973년 결혼해 슬하에 두 남매를 뒀으나 1980년대 별거하고 1995년에 이혼했다. 커밀라 왕비는 2005년에 찰스 3세 국왕과 부부의 연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