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총리는 이날 국립현충원을 찾아 부인인 기시다 유코 여사, 기하라 세이지 관방부 장관,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 일본대사, 윤덕민 주일 한국대사 등과 함께 한국의 순국선열을 향해 참배했다.
국립현충원은 독립운동가와 6·25전쟁 전사자 등 순국선열을 추모하는 곳이다. 일본 현직 총리가 현충원을 방문한 것은 2011년 10월 한국을 방문한 당시 노다 요시히코 총리 이후 약 12년 만이다.
이후 기시다 총리는 용산 대통령실로 이동해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공동 기자회견에 나섰다. 기시다 총리는 일정을 소화하는 내내 양복 재킷 오른쪽 옷깃에 파란색 리본 배지를 달았다.
일본에서 이 배지는 ‘블루 리본’이라고 불린다. 일본인 납북자가 일본 정부의 공식 발표인 17명이 아니라 많게는 100명에 달할 가능성을 제기한 시민단체 스쿠우카이(구출회)의 상징물이며, 납북 피해자들의 귀환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푸른색은 납치 피해자와 가족, 일본인들이 일본과 북한 사이의 바다와 하늘을 바라보며 재회를 기다린다는 뜻이다.
일본 총리와 주요 각료들은 납북 문제 해결 의지를 드러내기 위해 공식석상에 설 때마다 블루 리본을 착용해왔다. 기시다 총리의 전임인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 아베 신조 전 총리도 블루 리본을 자주 달았다.
일본은 1991년부터 북한에 납북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해왔다. 1970년대 중후반 바닷가에서 일본인이 잇따라 실종됐고 당시엔 그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으나, 1987년 대한항공기 폭파 사건 조사 과정에서 이들이 북한에 납치됐다는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일본 정부는 일본인 17명이 북한에 납치된 것으로 파악했다. 이 중 2002년 당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5명이 귀국했다. 북한 측은 13명 납치를 인정하고, 돌려보낸 5명 외에 8명은 사망했다며 문제가 종결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생사를 알 수 없는 납북 일본인이 12명 더 있다고 보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이번 한일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에 재차 지지를 표명한 윤 대통령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