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국 내 거래소 제재 심화로 탈US 움직임 보이는 중
유럽과 일부 아시아 지역이 가상자산 관련 규제를 갖춰나가고 있지만 미국은 여전히 갈팡질팡하고 있다. 이에 미국 가상자산 사업자들은 자국의 불명확한 규제를 피해 해외로 떠나는 모습이다.
최근 유럽은 발행 공시 등 구체적인 행위 규제 내용을 담은 MiCA(Markets in Crypto Assets)법을 통과시켰다. 싱가포르, UAE, 두바이, 홍콩 등도 가상자산 라이센스 제도를 도입하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다듬고 있다.
반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SEC)는 구체적인 제도 마련 없이 연일 가상자산 사업자들을 때리는 데 열중이다. SEC는 올해만 비트렉스·제미니·크라켄·바이낸스 등 여러 가상자산 사업자를 고소 및 제재했다. 근거는 모두 증권법 위반이다.
라훌 아드바니 리플 아태지역 정책 총괄은 지난 3월 국내에서 연 정책 간담회에서 “지난 2년간 명백해진 것은 미국 규제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라며 “규제가 명확한 싱가폴, UAE, 일본 등이 산업에서 이득을 보고 있다”라고 밝혔다.
특히 가상자산의 증권성 판단에 중요한 단서가 될 SEC와 리플의 소송전은 벌써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SEC는 지난 2020년 리플랩스가 발행한 리플(XRP)이 증권법을 위반했다는 근거로 크리스 라슨 리플랩스 전 CEO와 브래들리 갈링하우스 현 CEO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연이은 가상자산 때리기에 미국 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미국을 떠나는 모습이다. 코인베이스는 파생상품 거래를 위한 거래소 ‘코인베이스 인터내셔널 익스체인지(CIE)’를 버뮤다에 출시했다. 또 다른 가상자산 거래소인 제미니도 미국 외 지역에서의 고객들을 대상으로 파생상품 거래소를 출시했다.
SEC의 거친 행보에 미국 하원 의회를 중심으로, SEC가 지나치다며 일각에서는 게리 겐슬러 위원장을 탄핵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리플 소송 결과도 아직 나오지 않은 만큼, 단기간 내 미국 내 규제 불확실성 해소는 쉽지 않아보인다.
파생상품 거래를 막는 미국 현지 규제 역시 거래소를 떠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미국에서는 무기한 선물처럼 만기일이 없고 레버리지가 큰 파생상품은 개인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문제는 거래소 입장에서 파생상품이 효과적인 자금 수혈 수단이라는 점이다.
8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위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의 24시간 현물 거래대금은 9조1420억 원이다. 반면에 같은 시간 파생상품의 거래 대금은 약 48조5152억 원이다. 파생상품 거래대금이 현물 거래대금 대비 약 6배 수준인 셈이다.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CEO는 4월 “미국이 수년 내 규제 명확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미국 내 본사를 철수하고 다른 지역으로 옮길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