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태어난 푸바오는 왜 중국으로 가야하는 걸까요?
판다는 자연 번식이 어려운 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푸바오’는 무려 자연임신으로 태어난 판다입니다. 에버랜드가 두 판다 사이에서 2020년 7월 국내 최초로 자연임신으로 판다 번식에 성공시킨 것인데요. 이 아기 판다는 임신 소식부터 출산, 육아 모습이 모두 공개되며 한국인들의 격한 사랑을 받았죠. 이름도 대국민 공모를 통해 ‘푸바오’(행복을 주는 보물)로 지었습니다.
유달리 쑥쑥 그리고 옆으로 포동포동 자라는 푸바오를 애정하며 ‘푸뚠뚠’이라는 애칭이 붙기도 했죠. 용인에서 태어났기에 ‘용인 푸씨’라고 불리기도 하는데요.
현재 중국은 모든 판다를 대여 형식으로만 해외에 보내고 있습니다. 전 세계 1800마리 정도 남은 멸종 위기종이라 특별 관리를 해야 한다는 이유인데요. 중국은 대여한 국가에 판다 번식 연구기금 명목으로 한 쌍당 100만 달러(약 13억 원)를 받고 있죠. 임대해온 판다들의 새끼 역시 소유권은 중국에 있습니다. 한국에서 태어난 푸바오 또한 마찬가지죠.
이렇게 헤어지기엔 푸바오에 대한 애정이 너무 큰데요. 푸바오는 엄마를 닮아 또래에 비해 체중이 많이 나가는 편이라고 합니다. 별명도 ‘푸뚠뚠’이죠. 성격은 애교가 많고 장난치기 좋아하는 아빠 러바오를 닮아 장난꾸러기인데요. 엉뚱한 행동을 많이 하고 말괄량이 성격이기에 엄마 아이바오는 고된 육아에 힘들어하지만, 지켜보는 이들은 그저 귀여울 뿐이죠.
특히 푸바오를 더욱 사랑스럽게 만드는 장면은 바로 사육사 할아버지와의 케미인데요. 태어난 순간부터 함께한 사육사 할아버지를 향한 푸바오의 무한 애교가 끊이질 않습니다. 푸바오가 사육사 할아버지 팔을 잡고 얼굴을 부비며 애교를 부리는 영상이 압권입니다. 에버랜드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해당 영상은 현재 조회수 1500만 회를 넘어섰습니다.
이 영상은 한국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는데요. 푸바오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지켜본 중국인들조차 “푸바오는 한국에 있었으면 좋겠다”, “차라리 푸바오 남친을 한국으로 보내자”라고 반응하고 있죠. 태어날 때부터 함께해온 공간에서 사랑을 가득 받았던 푸바오가 중국으로 가면 우울해질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했습니다.
과거 중국은 수교를 맺은 국가에 판다를 대여가 아닌 선물로 증정했었습니다. 외교를 맺은 국가에 판다를 보내 우호의 표시를 한 셈이죠. 일본에는 1972년 국교 정상화를 기념해 수컷 캉캉과 암컷 란란 한 쌍을 우에노 동물원으로 보냈고, 자이언트 판다는 일본과 중국 수교의 상징이 됐었는데요.
대여가 아닌 선물이었음에도 이들 사이에서 태어난 암컷 판다 ‘샹샹’은 중국으로 보내졌습니다. 판다의 소유권은 중국에 있다는 원칙때문입니다. 2017년 일본에서 태어난 샹샹은 만 2살이 되던 2020년 중국으로 되돌려 보내려고 했지만, 코로나19(COVID-19) 확산으로 귀환이 늦어졌죠.
앞서 언급했던 2000년 8월 베이징에서 태어난 ‘야야’는 수컷 판다 ‘러러’와 함께 판다 보존 및 연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03년 멤피스 동물원에 20년간 대여됐었는데요. 그러나 2020년 초췌한 ‘러러’와 ‘야야’의 모습이 공개되면서 중국에서 건강 악화설이 나왔습니다. 심지어 그해 2월 러러가 죽자 대미 여론은 더 악화됐는데요. 이에 멤피스 동물원은 “야야는 유전적으로 털이 고르지 못하고 몸이 태생적으로 작다”며 “중국에 정기적으로 야야의 건강 데이터를 제공했고 건강문제가 없었다”고 반박하기도 했죠.
베이징 동물원 소속 수의사와 사육사는 지난달 멤피스 동물원에 급파돼 ‘러러’의 시신을 인계하고 ‘야야’의 본국 귀환을 위한 준비 작업을 진행했고, 결국 ‘야야’는 지난달 중국으로 돌아갔습니다.
일각에서는 대여 기간 연장 여부가 대중 관계와 연관이 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미 뉴욕타임스는 “중국은 통상 무역 협상 등을 계기로 우호적인 외국에만 판다를 보냈다”며 “대여 연장 없이 판다를 되돌려 받는 건 중국 지도부가 해당 국가에 불만이 있다는 뜻”이라고 분석했죠.
선물과 대여를 통한 중국 정부의 ‘판다 외교’. 그 묘한 기류 속 처음부터 지내온 익숙한 곳을 떠나는 푸바오. 이 어린 판다의 뜻은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