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대통령실은 8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방한한 데 대해 우리 국민의 마음을 얻으려는 노력이 시작된 것이라 평가했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청사에서 브리핑에 나서 “윤석열 대통령이 3월 방일해 일본 국민의 마음을 얻었다면, 이번 기시다 총리 방한은 한국 국민의 마음을 열려는 일본 정부의 노력이 시작됐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이 대변인은 “기시다 총리는 스스로 정치적 결정으로 과거사 관련 많은 분들의 고통에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며 “부족하다고 판단하는 분도 있지만 12년 냉각기를 생각하면 중요한 진전이고, 후쿠시마 오염수 배출 관련 우리 전문가의 시찰과 한국인 원자폭탄 피해자 위령비 한일 정상 공동 참배도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기시다 총리는 전날 한일정상회담 후 윤 대통령과의 공동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의 결단으로 지난 3월 6일 발표된 조치(강제징용 배상 대위변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노력이 진행되는 가운데 많은 분이 과거의 아픈 기억을 잊지 않으면서도 미래를 위해 마음을 열어주신 것에 감동했다”며 “나 자신은 당시 혹독한 환경에서 많은 분이 매우 고통스럽고 슬픈 일을 겪으셨다는 것에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을 두고 정부에선 강제징용 대위변제를 먼저 제안해 ‘주도권’을 얻은 결과라는 인식이다. 이 대변인은 “3월 윤 대통령이 방일하기 전 (강제징용 배상) 제3자 변제를 결단하고 전향적 입장을 밝혀 국내 비판 여론은 있었지만 그로 인해 한일관계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주도권을 쥔 측면이 있다”며 “이게 미국을 움직였고 (지난달 한미정상회담에서) ‘워싱턴선언’을 이끌어내는 중요한 지렛대 역할을 했다. 기시다 총리가 윤 대통령의 노력에 호응해 한일과 한미일이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선언은 핵협의그룹(NCG) 창설을 통한 ‘핵 기반 안보협력’이 골자다. 핵무기와 전략자산까지 적극 사용하는 안보동맹을 이루는 데에는 한미일 공조의 걸림돌이었던 강제징용 등 과거사 문제를 일단락 시킨 게 주효했다는 게 대통령실의 분석이다.
같은 날 일본 언론에선 윤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에게 반성의 표현을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대통령실은 ‘한일관계 주도권’의 결과라는 인식인 만큼 이를 적극 부정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방일 전 제3자 변제 결단을 내린 건 일본 정부의 요청에 따라 한 게 아니고 관계 개선을 위해 최소 이런 조치를 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기시다 총리도 마찬가지다. 공식적으로 일본에 요구한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기시다 총리 방한에 대한 일본의 여론, 한국의 여론, 국제 여론이 있으니 이를 참작해 기시다 정부에서 결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