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오는 10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 가운데 각 산업계에 끼친 영향이 주목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는 취임 후 1년간 반도체를 중심으로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힘을 쏟았다. 지난 3월 정부는 ‘국가첨단산업 육성전략’을 발표하고 전국에 15개에 이르는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한다고 밝혔다. 특히 경기 용인에는 2042년까지 300조 원을 투입해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구축한다.
부진에 빠진 한국 반도체 산업을 과감하게 지원하기 위해 업계를 옭아매는 규제도 대폭 완화했다. 특히 업계의 고민거리였던 ‘K칩스법’(반도체 시설 투자 세액공제 확대를 위한 조세특례제한법)의 통과가 성과로 꼽힌다. 국회에서 대폭 축소된 세액공제율로 사실상 좌초될 뻔했던 K칩스법은 윤 대통령의 지시로 법안이 재정비되며 8개월 만에 처리됐다. 세액공제율도 최대 25%로 상향되며 기업들의 시름을 크게 덜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지속적으로 반도체 산업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왔다는 것 자체가 윤 정부의 성과”라면서 “인력 강화나 인프라 확대 등 근본적으로 반도체 산업의 생태계를 강화하는 지원을 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향후에도 정책의 변화 등으로 지원을 중단하지 않고 꾸준히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항공업계의 경우, 후보시절부터 우주항공청 설립 외에 항공 관련 공약이 없었다는 점이 아쉽다. 다만, 지난해 10월부터 일본 무비자 입국 시행에 따른 국제선 활성화가 의미가 깊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LCC는 일본 무비자 입국 시행을 계기로 국제선이 활성화되고 흑자도 전환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는 110대 국정과제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기존 탈원전 정책을 폐지했다. 이에 중단된 원전의 계속 운전을 허가하고 해외 원전 수출을 추진했다. 오는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을 목표로 한국형 차세대 원전인 ‘APR1400’ 노형, 기자재, 운영보수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주 활동에 적극 나선다.
이를 위해 ‘원전수출전략추진위원회’를 꾸려 해외 진출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주요 정책을 수립하기로 했다. 추진위는 산업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관계부처, 금융기관, 공기업, 민간전문가 등 약 30개 원전 유관기관이 참여하는 원전수출 컨트롤타워다.
지난해엔 한국형 원전을 폴란드에 수출하며 13년 만에 원전 수출의 물꼬가 트였다. 한수원과 폴란드 정부는 지난해 10월 폴란드 퐁트누프 지역에 APR1400 기술을 기반으로 한 원전 건설을 골자로 하는 업무협력의향서(LOI)를 체결했다. 수주액은 30조 원에 달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의 방산 육성 행보는 긍정적으로 작용해 해외 수주로 이어졌다.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2020년 30억 달러(약 3조9800억 원) 수준이던 방산 수출액은 지난해 170억 달러(약 22조5500억 원)로 성장했다. 정부는 올해 200억 달러(약 26조5300억 원)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조선업 등 인력난 해결에 대한 부분에 대해선 아쉽다는 목소리다. 외국인 근로자 도입 등 조선업 인력난 해소를 위해 적극 시도했지만 근본적인 인력난은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어서다.
정유업계의 경우 최근 글로벌 경기 둔화로 상황이 좋지 않다. 윤석열 정부가 10여 년 만에 석유제품 도매가격 공개를 추진하고 있는데 우리는 이미 국내제품가격, 국내소비량 공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횡재세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실적이 호황이었던 것은 맞지만 그렇다 해서 횡재세를 물리는 것은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 과점 체제를 타파해야 한다고 하지만 거리 멀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 주도로 잘한 점으로는 산업단지 조성 기간 줄인 것(8년→5년)을 꼽았다. 한 관계자는 “울산에 이미 산업단지가 있는데 토지나 공간이 부족했다. 정부 주도로 산단 입지규제 완화해줄 경우 산단을 조성하기에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현대차 등으로부터 수십조 원에 달하는 투자를 이끌어 내는 등 투자 유치를 해낸 부분, 규제 완화를 위해 노력하는 부분이 가장 긍정적이다”면서도 “다만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일부 과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아 업계에 제약이 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라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윤석열 정부 1년간 각 산업계의 대미투자를 이끈 점에 대해 “그만큼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가 많이 유치되는 것도 중요하다. 미국기업뿐 아니라 다른 나라 기업 또한 투자하고 싶게 만들고, 우리 기업이 투자하고 싶게 만드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이는 상당 부분 규제와 관련이 있고, 어떤 식으로 규제에 대한 고민을 풀어갈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위기상황에 대한 관리를 잘한 것으로 평가하나,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성장에 대한 부분도 충분히 되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