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읽은 소설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무거운 고철덩어리인 비행기가 뜰 수 있는 이유는 어떤 과학적 원리가 아니라 ‘날 수 있다’는 탑승객들의 믿음이 모인 결과라는 것이다.
물론 전혀 사실이 아니다. 소설 속 주인공도 우스갯소리로 넘겨버린 얘기다.
터무니없는 이 ‘믿음론’은 사실 비행기보다는 주식시장에 더 어울리는 것 같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에도 ‘오를 수 있다’는 믿음이 공유되던 때가 있었다. 3000선을 뚫은 코스피가 끝없이 오를 것만 같았던 게 불과 2년 전이다.
최근 시장을 뒤흔든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는 애초에 그런 믿음이 있기는 했는지 되묻고 있다. 처음부터 불공정으로 점철된 ‘개미 털기’의 장이 아니었을까 하는 불신만 남았다.
주가 조작을 저지른 이들의 잘못은 자명하다. 그런데 작전 세력이 대주주 지분율이 높고 유통주식이 적은 8개 종목을 고르고, 차액결제거래(CFD)라는 신종 파생상품을 이용해 오랜 기간 공들여 주가를 띄우는 동안 아무런 낌새도 알아차리지 못한 금융당국 역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주가가 폭락하기 직전 보유한 주식을 대거 팔아버린 몇몇 대주주는 또 어떤가.
더욱 아쉬운 건 투자자 피해를 줄일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다는 점이다.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최대 2배의 과징금을 물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3년 동안 국회에 잠들어 있었다. 2021년 카카오페이 경영진이 스톡옵션으로 받은 주식을 처분하며 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내부자거래 사전공시제도의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여전히 입법 공백 상태다.
금융당국과 국회는 뒤늦게나마 법 개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야말로 ‘사후약방문’이지만, 무의미하진 않다. 제도를 손질하고 투자자와 시장의 믿음을 다시 모아야만 우리 증시가 또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