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산업개발에 대한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가 더디게 흘러가고 있다. 사건 관계자들이 수사에 소극적인 탓에 소환조사는커녕 압수물 분석도 하세월이라는 말들이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검찰과 공수처의 대우산업개발 사건이 맞물리는 만큼 수사기관간 업무 협조를 통해 수사에 진척을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3부(송창진 부장검사)는 2월 21일 압수한 참고인 증거물에 대한 포렌식 절차를 지난주에 마무리했다. 빠르면 1주일만에 끝나는 포렌식이 두 달 반 동안 진행된 것이다. 참고인에 대한 포렌식 절차가 끝났을 뿐, 사건의 핵심 관계자들 압수물에 대한 포렌식과 소환조사 등 절차는 아직 제대로 시작도 못한 상황이다.
검찰도 마찬가지다.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민경호 부장검사)는 3월 한재준 전 대우산업개발 대표를 불러 조사하고 4월 대우산업개발 사무실과 임직원 주거지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으나 이후 별다른 소식이 없다.
사건 관계자들이 수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로 나오며 압수물에 대한 포렌식과 분석 작업이 늦어지고 이에 따라 관계자와 주요 피의자들에 대한 소환조사도 늦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본적인 사실관계에 대한 분석이 마무리돼야 핵심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도 청구할 수 있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수사기관 관계자들은 대우산업개발 사건 관계자들이 수사에 비협조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수사 상황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검찰에서도 공수처에서도 아무리 불러도 사건 관계자들이 조사에 잘 참여하지 않는다”며 “압수물 포렌식 참관에도 소극적이고 조사도 계속 미뤄서 수사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대우산업개발의 검찰 사건을 담당하는 변호인은 ‘어차피 경찰에서 넘겨준 사건 기록이 충분하기 때문에 검찰은 추가 조사를 할 필요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법원에서 검찰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들인 만큼 추가적인 내용에 대해 적극적인 소명이 필요하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상황이 어려운 만큼 수사기관들의 협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의 관계자는 “어차피 수사 대상과 내용이 같은 만큼 각 수사기관들이 수사 내용을 공유하고 협조하는 것이 수사기관에서도, 피의자들 인권 측면에서도 더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검찰과 공수처에서 수사 중인 대우산업개발 관련 사건은 서로 연결된다. 검찰은 대우산업개발의 내부 횡령‧배임, 분식회계 의혹 등을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대우산업개발이 이같은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서울경찰청 소속 김모 경무관에게 금품 등을 전달한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두 사건의 주요 쟁점은 각각 다르지만 사건이 맞물리는 만큼 원활한 수사를 위해 수사 정보를 공유하는 등 협업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한 수사기관의 관계자는 “수사라는 목적을 위해 양 기관이 서로 협력하며 시너지를 낼 필요가 있지만 현재 진행 중인 행정소송도 있고 분위기가 좋지 않다”며 “기관들 사이의 정치논리가 가로막고 있고 그런 선례도 없어서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