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분양시장에 활기가 돌고 있다. 올해 초 서울에서 분양했던 단지들에서 완판 행진이 이어졌다면, 이달에는 경기권 내 주요 단지들로 수요가 옮겨가는 모양새다. 다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청약자 수가 여전히 적은 수준이고, 입지와 조건에 따라 성적이 양극화하는 만큼 전반적인 분양시장 반등을 점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9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경기 광명시 ‘광명자이더샵포레나’가 전날 1순위 청약을 받은 결과 전체 422가구 모집에 4422명이 몰리면서 평균 10.4대 1의 두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했다. 최고 경쟁률은 전용면적 84㎡형에서 223.5대 1에 달했다. 앞서 진행했던 특별공급 역시 387가구 모집에 1023명이 청약통장을 던지면서 2.64대 1의 준수한 성적표를 받았다.
이곳은 일부 전용 84㎡형이 10억 원대가 넘어가면서 분양에 앞서 고분양가 논란이 일은 바 있다. 그러나 경기권임에도 서울 구로·금천구와 가까워 사실상 생활권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 외부 수요를 이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1순위 청약자 역시 해당지역(446건)보다 기타지역(3976건)에서 약 9배 더 많았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이 단지는 기타 경기지역에서 더 많이 접수됐다. 광명시 거주자의 경우 향후 분양 예정 단지가 남아있기 때문에 통장을 아낀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부천, 시흥, 안양시 등 주변 도시에서는 단지가 가진 입지적 가치가 커 출퇴근 수요까지 흡수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지난주 분양에 나섰던 경기 용인시 ‘e편한세상 용인역 플랫폼시티’ 역시 고분양가 책정에도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단지는 지난주 1순위 청약 당시 전체 787가구 모집에 3015명이 접수하면서 평균 3.8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경쟁률이 가장 높았던 전용 59㎡B형의 경우 8가구 모집에 291명이 몰리면서 36.4대 1에 달했다.
단지는 경기 용인시에 조성됨에도 서울 내 단지에 버금가는 분양가로 책정돼 논란이 있었다. 이 단지 전용 84㎡형은 최고 분양가 기준 10억6000만~12억3500만 원대다. 지난달 분양했던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 휘경자이 디센시아 같은 평형은 9억6000만~9억7600만 원으로 책정됐는데 이와 비교하면 최대 2억7500만 원가량 비싼 셈이다.
이른바 ‘반세권’(반도체 현장과 가까운 입지)이라는 입지적 이점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의 교통 호재가 맞물려 수요를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최근 300조 원을 투자해 용인시 일대에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조성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외에도 경기 남양주시 다산동 ‘해링턴 플레이스 다산파크’도 전체 206가구 모집에 874명이 청약통장을 던지면서 평균 4.24대 1의 준수한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처럼 최근 수도권 내 입지가 좋은 단지들을 중심으로 분양시장에 활기가 돌고 있다. 이는 1·3대책 당시 규제지역 해제 및 분양권 전매제한 완화 등 제도 완화 영향도 큰 것으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 조사에 따르면 3월 기준 수도권 미분양 물량은 1만1034가구로,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 만에 전월 대비 12% 줄었다.
다만 여전히 청약자 수는 낮은 수준인 만큼 분양시장 반등이 시작됐다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확실히 지난해 하반기보다는 분양시장 분위기는 나아졌다”면서도 “호황기처럼 2~3만 명 이상씩 청약에 참여하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상승세로 돌아섰다고 보기는 이르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향후 분양시장은 철저히 좋은 입지와 합리적인 분양가에 따른 선별적 선택이 이어질 전망”이라며 “특히 지방에서는 인프라가 갖춰진 곳을 중심으로 분양성적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