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중심의 그린피드 투자는 53% 급증
중국 배터리 기업들의 유럽 공략 가속
중국 현지 경쟁 과열에 전기차 업계도 유럽 진출 모색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에 대한 중국의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전년 대비 22% 감소한 79억 유로(약 11조5007억 원)를 기록했다. 투자액은 최근 10년 내 최저치다. 금리 상승과 우크라이나 전쟁, 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 등 여러 요인이 맞물렸다.
그러나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면서 그린필드 투자는 53% 급증했고 처음으로 M&A 투자를 추월했다.
그린필드 투자는 FDI의 일종으로, 이미 세워진 기업이나 사업을 흡수하는 M&A와 달리 현지에 자회사를 세워 공장이나 사업장을 건설하는 등 처음부터 사업을 구축하는 투자 형태를 의미한다.
그린필드 투자의 90%는 영국과 프랑스, 독일, 헝가리 등 4개국에 집중됐다. 이들은 중국 배터리 제조업체들로부터 대규모 그린필드 투자를 받았다.
일례로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업체인 중국 CATL은 올해 독일 동부의 첫 유럽 공장에서 생산을 시작했고, 헝가리에선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과 73억 유로 규모의 공장 신설을 계획 중이다. 또 다른 중국 배터리 업체인 엔비전AESC는 프랑스와 스페인에 배터리 공장을 지을 계획이고, BMW에 배터리를 납품 중인 중국 EVE에너지는 공장 건설을 위해 헝가리에 토지를 매입한 상태다.
미국 컨설팅업체 로듐그룹의 애거사 크라츠 이사는 “기업 인수에 투자가 집중됐던 몇 년이 지난 지금, 유럽은 배터리 공장을 중심으로 한 그린필드 투자에 지배되고 있다”며 “중국 기업들은 유럽 전기차 공급망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면서 유럽 녹색 전환의 주체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중국에선 최근 전기차 가격 인하 흐름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샤오펑을 비롯한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치열한 내수 경쟁 속에 테슬라를 따라 전기차 SUV 가격을 낮추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쟁이 심화할수록 중국 기업들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돼 향후 중국산 전기 SUV의 수출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중국 자동차컨설팅 업체 시노오토인사이트의 투러 창립자는 “중국 시장이 경쟁으로 매우 치열한 만큼 향후 많은 수출품을 보게 될 것”이라며 “(과열 경쟁은)압력방출 밸브가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도 지난달 중국을 방문해 “이게 중국 기업들이 유럽에 진출하는 이유”라며 “유럽은 프리미엄 수출 시장으로, 기업들 모두 그곳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