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매매거래 증가로 은행 주담대 2조8000억 원 증가 영향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도 2000억 증가…8개월 만에 증가 전환
기업대출도 7조5000억 원 급증
올해 들어 감소세를 이어갔던 은행권 가계대출이 지난달 증가세로 전환했다. 주택담보대출 증가 규모가 확대된 영향이다. 우리 경제 최대 리스크로 떠오른 가계부채 문제가 경기침체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이 11일 발표한 '4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52조3000억 원으로, 한 달 전보다 2조3000억 원 증가했다. 넉 달 만에 가계대출 늘었으며, 2021년 11월(+2조9000억 원) 이후 1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증가다.
특히 가계대출 가운데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803조6000억 원으로 전달보다 2조8000억 원이 증가했다. 전달보다 증가규모가 5000억 원 확대됐다.
한은은 주택매매 관련 자금수요가 이어지는 가운데 전세자금대출 감소폭이 다소 축소되면서 증가규모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올해 1월 1만9000호, 2월 3만1000호, 3월 3만5000호로 꾸준히 늘고 있다.
신용대출 등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지난달 5000억 원 줄며 감소세를 이어갔다. 다만 계절요인 소멸, 주식투자 관련 일부 자금수요 등으로 전달(-3조 원)보다 감소규모가 축소됐다.
이날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4월 중 가계대출 동향'에서도 지난달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은 2000억 원 증가했다.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으로 반등한 것이다.
대출항목별로 주택담보대출은 제2금융권(-1조 원)에서 감소했으나 은행권 주담대(2조8000억 원) 증가 영향으로 총 1조9000억 원 상승했다. 기타대출은 은행권(-5000억 원)과 제2금융권(-1조2000억 원) 모두 감소하며 총 1조7000억 원 줄었다.
다시 증가세를 보이는 가계부채 문제는 우리나라 경제와 금융 시스템에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한은에 따르면 GDP대비 가계신용 규모가 80%를 상회하는 경우 경기침체를 일으킬 가능성 커지는데, 이미 우리나라의 이 수치는 작년 말 기준으로 105.1%에 달한다.
킴엥 탄 S&P 상무는 "가계 부채 수준은 한국이 전 세계 3위 수준"이라며 "고금리 상황이 지속하거나 금리가 인상되면 가계 소득 중 더 많은 부분이 이자 지급에 사용돼 내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나아가 "이런 상황에서 한국에 대외 충격이 발생하면 가계 부채 문제와 맞물려 경기가 둔화하거나 악화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앞으로도 가계부채가 안정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증감추이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고금리에 따른 가계부채 위험요인이 없는지 지속해서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기업대출 역시 늘고 있다. 4월 말 기준 은행 기업대출 잔액은 1196조7000억 원으로 전달보다 7조5000억 원 증가했다. 5조9000억 원이 늘어난 3월보다 증가폭이 커졌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출은 각각 3조1000억 원, 4조4000억 원 증가했다.
윤옥자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대기업 대출은 분기말 일시상환분 재취급, 배당금 지급 관련 자금수요 등으로 상당폭 확대됐다"며 "중소기업 대출도 부가가치세 납부 수요, 은행의 완화적 대출태도 등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문제는 기업 대출의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금감원이 지난달 25일 발표한 2월말 국내은행의 연체율 자료를 보면 국내은행의 기업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39%로 전월말 대비 0.05%p(포인트) 올랐다.
대기업 대출 연체율(0.09%)은 전월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0.47%)이 전달 대비 0.08%p, 개인사업자대출은 0.06%p 급등했다.
2금융권의 기업 대출 연체는 더 심각하다. 한은에 따르면 2금융권의 기업 대출 연체율은 약 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특히 경기가 계속 나빠지고 대출 상환 연장·이자 유예 등의 코로나 금융 지원까지 하반기 끝나면 부실 폭탄이 하나둘 터지기 시작할 것으로 우려된다.
한편, 지난달 예금은행의 수신(예금) 잔액은 2204조9000억 원으로 3월보다 13조4000억 원 줄었다. 전달(-2조 원)보다 감소폭이 확대됐다.
수시입출식예금은 기업자금이 부가가치세 납부와 배당금 지급 등으로 유출된 데다 지자체 자금도 인출되면서 14조8000억 원 감소했다. 정기예금은 가계자금 유입이 지속됐지만, 법인자금 유출이 이어지면서 6조4000억 원 빠져나갔다.
반면, 자산운용사 수신은 지난달 8조6000억 원이 늘었다.
전월 BIS 비율 제고를 위해 인출됐던 은행자금 유입, 국고여유자금 예치 등으로 머니마켓펀드(MMF)가 2조9000억 원 증가로 전환했다. 채권형펀드(+2조1000억 원) 및 기타펀드(+4조1000억 원)는 증가했고, 주식형펀드는 2000억 원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