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에서 액세서리 가게를 운영하는 상인 A 씨는 팬데믹 기간 어려웠던 사정을 털어놓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코로나가 심할 때는 사람들이 없어서 힘들었는데 이제 물건을 사가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했다. 인근 공인중개사도 “작년만 해도 사람들이 없어 이곳 상권이 아예 죽었었는데 요즘엔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오고 장사도 잘되면서 명동 상가에 대한 문의도 많이 늘고 있다”고 했다.
정부가 사실상 엔데믹을 선언한 바로 다음 날인 지난 12일 오후. 서울 명동역 6번 출구로 나와 메인 쇼핑거리까지 가는 거리는 사람들로 빼곡했다. 작년만 해도 썰렁했던 명동 상권이 활기를 찾은 모습이었다. 코로나19의 기세가 누그러지고 하늘길이 열리면서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거리에서는 여행 온 외국인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화장품 가게들은 물건을 사려는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골목 사이사이 다른 가게에도 외국인 손님들로 붐볐다. 대만인 이영(26) 씨는 “3년 만에 한국에 왔다”면서 “명동을 돌아다니면서 좋아하는 화장품을 쇼핑하고 있다”고 했다.
공실도 크게 줄어든 모습이다. 규모가 큰 상가 몇 곳이 비어 있긴 했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 침체됐던 분위기와는 전혀 달랐다. 한 곳 건너 한 곳 걸려있던 ‘임대문의’ 문구 현수막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리테일 보고서에 따르면 명동의 1분기 공실률은 전 분기 대비 17.4%p 하락했다.
코로나 유행 기간 폐점했다가 다시 문을 여는 상점도 늘고 있다. 팬데믹 기간 문을 닫았던 훠궈 음식점 마카오도우라오는 지난 1월 문을 열었고, 지난해 3월에 폐점한 다이소는 최근 규모를 늘려 재개점했다. 이외에도 화장품 브랜드부터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들이 명동 상권을 채웠다.
인근 부동산 공인중개사 B 씨는 “임대료가 코로나19 유행전보다 50% 수준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코로나가 풀리자 70~80% 정도로 회복했다”면서 되살아난 명동 상권 분위기를 전했다.
B 씨는 “3개월 전쯤부터 외국인들이 크게 늘어났다”면서 “몇몇 비어 있는 상가는 명동역 근처의 임대료가 특히 비싼 곳으로 그 외 메인거리 상가들은 한두 곳 빼고는 거의 다 찬 상황이고 그마저도 리모델링 때문에 일부러 임대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가 진정될 것을 예상한 ‘장사선수’들은 올해 초부터 미리 매장을 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다만 상인들 사이에서는 상권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되려면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유입돼야 한다고 입 모았다. 전통적으로 소비 규모가 컸던 중국 관광객을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명동 상권이 펜데믹 이전처럼 정상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중국 정부는 한국 행 단체 관광을 제한하고 개별 관광만 허용하고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인이 우리나라를 방문할 때 소비하는 1인당 지출액은 2019년 기준 1689달러로 미국인 1106달러, 일본인 675달러보다 많다.
상인 C 씨는 “지금 길거리에 보이는 중국인들은 개인적으로 놀러 온 사람들”이라며 “단체로 오는 중국 관광객들이 늘어야 상권이 더 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