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적고, 수수료 협상서 '우위'
카드사, 플랫폼 진화 돌파구 모색
신산업 진출, 금산분리 완화 시급
간편결제시장은 미래금융의 격전지 중 하나로 꼽힌다. 빅테크기업과 기존 금융사들의 페이전쟁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최근 ‘애플페이’의 국내 상륙으로 국내 간편결제 시장은 또 한번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이미 ‘네카토(네이버·카카오·토스)’가 강력한 인프라를 앞세워 영역을 확장해 나가자 카드사들도 다양한 전략과 서비스로 ‘생존’을 위한 공략에 한창이다. 하지만 금융사에 국한된 규제장벽으로 인해 ‘불공정한 게임’이라는 게 카드사의 불만이다.
16일 한국은행 및 금융권에 따르면 빅테크 기업(전자금융업자)이 차지하는 국내 간편결제 이용금액의 비중은 47.9%다. 금융회사가 차지하는 26.8%와 비교해 두 배 가까이 차이 난다. 심지어 금융사들은 삼성전자가 사실상 독식하고 있는 휴대전화 제조사(25.29%)에도 쫓기는 신세다. 3월 국내에 상륙한 애플페이 비중까지 반영되면 역전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카드사의 역할이 카드발급, 신용 공여, 연회비 수금, 대금 결제만 받는 중간 유통사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금융업계 전문가들은 카드사들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거나 빅테크 기업에도 동일한 규제를 적용해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카드와 간편결제는 사실상 같은 기능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 카드사들은 여신전문금융법에 따라 3년마다 중소 가맹점들과 수수료 협상이 가능하다. 반면 빅테크 기업들은 해당 법에 적용되지 않아 높은 수수료로 이득을 취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간편결제를 통한 결제 규모는 2019년 3171억 원에서 지난해 7232억 원으로 2.28배 증가했다.
연매출 3억 원 미만 사업자에 대한 수수료는 네이버페이 1.8%, 카카오페이 1.7%로 신용카드 사업자(0.5%)보다 3배 이상 차이가 났다.
카드사들은 돌파구 모색에 나섰다. 한 카드사 앱에서 다른 카드도 연결해 쓸 수 있는 오픈페이를 출범했지만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다. 신한·KB국민·롯데·하나카드 등 4개사만 참여하고, 기존의 간편결제 서비스에 비해 차별점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대부분 카드사 앱에서는 삼성페이 방식이 지원되지 않아 오픈페이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애플페이와 삼성페이 간 ‘전쟁’도 카드사들로서는 부담이다. 애플페이에 이어 삼성페이도 향후 수수료 부과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일 평균 간편결제를 이용한 실적 중 약 40%가 삼성페이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페이가 0.15% 수준의 결제 수수료를 받는다면 카드사들은 일 평균 약 4억4000만 원가량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연간 1600억 원 규모에 달한다.
금융당국은 삼성페이가 유료화된다면 간편결제 수수료를 카드 원가에 포함하도록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삼성페이 가맹점은 전국 300만 개에 달하고 누적 결제금액은 200조 원이 넘어 사실상 ‘갑’의 위치에 올라섰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 간 협업을 통해 종합적인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할 것”이라며 “금산분리 완화 정책에 기대하며 이종산업 진출을 위한 금융 및 비금융 데이터 연계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