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부동산 활황 시절 틈새시장으로 주목받던 지식산업센터(옛 아파트형공장) 시장이 차갑게 식고 있다. 올 들어 수도권 내 매매 거래량이 크게 줄고, 일부 매물에는 분양권에 수천만 원 마이너스피(마피)까지 붙고 있다. 지난해부터 금리가 가파르게 오른 데다 아파트 등 모든 부동산 시장 조정세가 이어지면서 영향을 받는 모양새다.
17일 본지가 상업용 부동산 전문기업 부동산플래닛에 의뢰해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수도권 내 지식산업센터 매매 거래량은 총 202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거래량 533건 대비 62.1%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서울이 238건에서 68건으로 71.4% 급감했다. 경기(251건→113건)와 인천(44건→21건)의 거래량도 각각 55%, 22% 줄었다.
거래량이 줄면서 누적 거래금액 역시 크게 떨어졌다. 올해 1~3월 수도권 내 지식산업센터 누적 매매 거래금액은 약 1096억 원으로, 전년 동기 거래금액 3226억 원과 비교하면 약 3분의 1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특히 서울이 전년도 2064억 원에서 올해 653억 원으로 68% 급감하면서 하락세를 견인했다.
거래량 자체가 크게 줄면서 수요가 떨어지자 곳곳에서 하락거래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서울 송파구 문정동 ‘문정현대지식산업센터1-1’ 전용면적 97㎡형은 지난달 11억5000만 원에 거래됐다. 해당 건물 같은 평형 직전 실거래가는 지난해 3월 14억6500만 원이었다. 13개월 새 3억1500만 원 하락한 것이다.
구로구 구로동 ‘코오롱디지털타워빌란트Ⅱ’ 전용 139㎡형은 지난달 7억 원에 매매 거래됐다. 직전 거래였던 지난해 6월 8억9000만 원과 비교하면 10개월 새 1억9000만 원 떨어졌다.
지식산업센터는 제조업, 지식산업, 정보통신산업을 영위하는 기업과 지원시설이 복합적으로 입주할 수 있는 3층 이상의 집합건축물을 말한다. 아파트와 달리 소유해도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아 종합부동산세나 양도소득세 중과 규제에서 벗어나고, 분양권에 전매제한도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 개인이나 일반 투자자는 매매가격이나 분양가의 70%, 법인은 최대 80%까지 대출도 가능하면서 2019년 부동산 상승 시기 아파트 대체 투자처로 인기몰이했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금리 인상 등 하방 요인이 커지고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조정세로 접어들자 지식산업센터를 포함한 수익형 부동산부터 먼저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상승기에 웃돈이 붙었던 분양권은 현재는 수천만 원 마피가 붙어도 주인을 찾는데 고전하고 있다.
지식산업센터 직거래를 전문으로 하는 한 커뮤니티에는 급매로 처분하겠다며 최초 분양가보다 낮춰 내놓은 매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서울 목동 일대 S 지식산업센터 전용 102㎡형은 최초 분양가보다 5000만 원 적은 가격에 매물이 올라와 있다. 경기 오산시 일대 O 지식산업센터 전용 119㎡형은 마피 5000만 원에 더해 입주 시 200만 원을 더 지원하겠다는 조건도 있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지식산업센터는 대출도 상대적으로 쉽고, 세제 감면 혜택도 많아 한동안 인기를 끌었다”면서도 “최근 금리 인상이 주춤하지만 가능성은 여전한 만큼 지식산업센터를 포함한 수익형 부동산 시장이 당분간 회복하기에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