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우리도 한때는 아이였다

입력 2023-05-17 05:00수정 2023-08-23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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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선영 디지털뉴스부장

‘노키즈존’ 차별-권리 논란 팽팽…‘아이는 2등시민?’ 편견 여전해

박하향기가 나는 납작한 사탕, 쟁반 위 조그만 초콜릿 알사탕, 입에 넣으면 흐뭇하게 뺨이 불룩해지는 굵직굵직한 눈깔사탕, 단단하고 반들반들하게 짙은 암갈색 설탕 옷을 입힌 땅콩, 꽤 오래 우물거리며 먹을 수 있는 감초 과자. 폴 빌라드의 ‘이해의 선물’이라는 소설 속 위그든 씨의 사탕가게 묘사다.

‘돈’이라는 개념조차 없었던 어린 소년에게 위그든 씨의 사탕가게는 참을 수 없는 유혹이었다. 그 참을 수 없는 유혹에 소년은 정성스럽게 싼 버찌씨 여섯 개를 들고 사탕가게로 향한다. 잔뜩 사탕을 골라 계산대 위에 올려놓고, 버찌씨를 내밀었다. 위그든 씨가 머뭇거리는 것을 보고 소년은 “사탕을 사기에 모자라나요”라고 묻는다. 위그든 씨는 한숨을 쉬고는 “돈이 좀 남는구나. 거슬러 주어야겠는데…”라며 2센트를 건네준다.

훗날 관상용 물고기 가게의 주인이 된 소년은 물고기를 사겠다고 단돈 ‘20센트’를 들고 온 남매에게 30달러어치의 물고기를 건네주고는 돈이 남는다며 ‘2센트’를 거슬러 준다. 왜 아이들에게 물고기를 싸게 주었냐는 아내의 물음에, 그는 위그든 씨 이야기를 들려준다.

소년의 순수함을 지켜주고자 한 위그든 씨 친절은 소년에게 일생에 남을 동화가 됐고, 소년이 어른이 돼 세상을 알게 된 순간 그 친절은 다시 마법처럼 퍼져나갔다. 이것이 우리가 아이들에게 너그러워져야 하는 이유다.

너무 동화 같은 얘기라고? 그렇다면 우리가 아이들을 대하는 방식에 대한 보다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보자. 최근 외신에서는 우리나라의 ‘노키즈존(어린이 출입금지 공간)’에 대한 기사를 다뤘다. ‘식당에 아이를 데려갈 수 없다면 차별일까’라는 제목의 이 기사에서 ‘노키즈존’을 통해 아이들을 제한하는 것은 ‘아동이 사회에 어울리지 않는 2등 시민’이라는 의미가 담겨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실 ‘노키즈존’이 사회적 이슈가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약 10년 전 ‘노키즈존’이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노키즈존’은 사회적 돌봄을 받아야 할 미숙한 아이들에 대한 차별이라는 주장과 사업주의 권리라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며 논란을 일으켰고, 현재도 그 논란은 진행형이다.

아니, 노키즈존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은 ‘노OO존’으로 확대되며 차별과 배제 문화를 퍼뜨리고 있다. 문제는 여기에만 그치지 않는다. 최근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저출산 문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과거 전통사회에서 사회 공동체 유지를 위해서는 출산이 필수였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출산’은 개인 선택의 영역으로 취급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키즈존’에 따른 아동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산은 곧 출산에 대한 반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는 출산율 저하로 이어지게 된다.

이에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저출산 문제로 고심 중인 일본은 최근 ‘어린이 패스트트랙’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고 한다.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출산율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항상 어린이나 젊은이의 시점에서, 어린이나 젊은이의 최선의 이익을 제일로 생각하는, 어린이 중심 사회를 실현해 가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우리나라 상황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시도는 있었다. 최근 제주에서 ‘아동출입제한업소(노키즈존) 지정 금지 조례안’을 상정한 것이다. 조례안은 아동 출입제한업소 지정을 금지하고 차별적 요소를 제거해 상호 존중받는 사회를 구현하고자 마련됐다. 하지만 조례안 심사는 결국 보류됐다. 개인 영업의 권한을 조례로 막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워낙 말이 많은 문제이다 보니, 섣불리 결정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도 분명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사회의 구성원을 미숙하다는 이유로 문제적 존재로 간주하고, 이들을 차별하고 배제하는 것이 과연 맞는 일인가.

우리도 한때 아이였다는 점을 기억하자. 그리고 우리 아이들을 ‘이해와 포용’으로 키울 것인지, ‘차별과 배제’를 배우며 자라게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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