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KT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과 관련해 강도 높은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입건된 주요 피의자는 구현모 전 KT 대표와 윤경림 전 KT트랜스포메이션부문 사장 등이지만 10년 전 인물인 남중수 전 대표까지 검찰 수사가 확대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17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이정섭 부장검사)는 고발된 피의자들 수사에서 더 나아가 남 전 대표가 사건에 어떤 영향을 미쳤고 개입했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 조만간 남 전 대표가 검찰 수사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은 구 전 대표가 KT 대표이던 시절 시설관리 계열사인 KT텔레캅의 일감을 하청업체인 KDFS에 몰아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그 결과 KDFS의 매출이 증가했고 그 돈이 정치권에 로비 자금으로 흘러들어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 사건은 단순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으로도 볼 수 있지만 검찰은 그 이상으로 사건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정거래 이슈라면 KT텔레캅만 처벌받고 끝나는 수준으로 마무리되겠지만 검찰은 구현모-남중수 등의 관계를 살펴보며 그렇게 만들어진 이익이 정치권으로 들어간 과정까지 다 살펴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입건된 피의자는 구 전 대표와 황욱정 KDFS 대표, KT경영지원부문장인 신모 씨, 윤경림 전 KT 사장 등이다. 남 전 대표는 이들 중 구 전 대표, 황 대표와 매우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KT 내부 출신으로 정치적 입지가 흔들렸던 구 전 대표는 남 전 대표에게 의지하며 부쩍 가까워졌고, 황 대표는 KDFS 초대 사장을 지낸 남 전 대표가 2008년 구속수감됐을 때 옥바라지까지 한 최측근으로 전해진다.
법조계와 관련 업계에서는 구 전 대표와 가까운 남 전 대표가 이번 일감 몰아주기 사건에서 모종의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추측들이 나온다. 10여년도 더 된 인물이지만 현재 피의자들과 관계를 고려하면 사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분석이다.
남 전 대표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2009년 KT 대표를 지냈다. KT는 3년에 1회 연임으로 최대 6년간 대표를 지낼 수 있는데, 그때마다 정권교체 시기와 묘하게 맞물려 전임 대표들은 연임을 포기해야만 했다. 남 전 대표는 정권교체 시기를 고려해 주주총회 일정을 조정하며 연임을 시도했으나 이명박 정부 당시 배임 등 혐의로 구속되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남 전 대표는 3월 KT동우회 회장으로 선임됐다. KT동우회는 KT 관계사 경영진들이 모여 소통을 하는 창구인데, 9년 만에 회장이 바뀌었다. 남 전 대표가 KT 내에서 아직 영향력 있는 인물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동시에 구 전 대표의 ‘보은’이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편, 검찰은 이날 ‘쪼개기 후원’으로 기소된 구 전 대표에게 벌금 1000만 원을 구형했다. 구 전 대표는 2016년 KT 대관 담당 임원으로부터 자금을 받아 본인 명의로 국회의원 13명 후원회에 1400만 원을 불법 기부했다는 혐의(정치자금법 위반‧업무상 횡령)로 약식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