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은행 위기에 해외 대체투자 부실 우려 ‘경고등’

입력 2023-05-17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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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공격적으로 통화 긴축 정책을 편 후 상업용 부동산이 세계 시장에서 중요한 위험 영역 중 하나가 됐다. 연준이 (금리 인상이라는) 제동을 걸면 무언가가 자동차 앞 유리를 뚫고 나가는데 은행이 영향을 받았고, 이제는 상업 부동산이 영향을 받을 차례다.”(3월 21일 조지 개치 JP모건자산운용 최고경영자(CEO) 유럽미디어 서밋)

글로벌 주요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전 세계 부동산 시장이 침체의 늪에 빠지면서 해외 대체투자에 대한 부실 우려가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코로나 시기 저금리 환경에서 해외 대체투자를 빠르게 늘려왔던 국내 금융사들의 리스크가 커지면서 시장 전반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해외 대체투자(부동산·특별자산) 펀드 규모는 158조 원에 달한다. 코로나 이후 급격히 몸집을 불려왔던 해외부동산 펀드(75조 원)의 경우 약 80%가 상업용 부동산에 집중돼 있어 손실 우려는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잇따른 은행 위기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타격을 입으면서다.

최근 미국에선 금융사들이 부동산 대출에 대한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하는 등 부동산 시장의 위기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지난달 말 글로벌 자산운용사 브룩필드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오피스 빌딩 2곳의 대출 연장에 실패했고, 핌코는 2021년 뉴욕과 샌프란시스코의 7개 빌딩을 담보로 빌린 17억 달러 규모의 대출금을 갚지 못했다.

이미 JP모건, 골드만삭스 등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위기 가능성에 대해 경고의 목소리를 낸 바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일어난 은행 사태가 상업용 부동산 산업에 대한 미칠 파급 효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5조6000억 달러 규모의 미결제 상업 부동산 대출 중 절반 이상이 은행 대출”이라고 지적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가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진행한 월간 설문조사에서 투자자들은 2020년 10월 이후 부동산 시장이 약세를 보이고 있고, 그 영향으로 부동산 시장에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상업용과 사무실용 부동산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상업용 부동산 투자는 공시가 지연되거나 공실이 발생할 경우 이자지급이 연체되는 등 부실화할 수 있다”며 “부실화 위험이 높은 상업용 부동산은 매각(셀다운)도 쉽지 않으며, 매각이 가능하더라도 투자원금보다 낮은 가격에 매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금융회사들 중에서는 증권사의 손실 위험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는 셀다운을 염두에 두고 감내할 수 있는 수준보다 큰 금액의 자산을 인수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반기 증권사들의 셀다운 미매각분은 7조1000억 원으로, 전체 해외 대체투자 잔액(23조7000억 원)의 30%를 차지했다.

실제로 하나대체운용이 이끄는 미국 실리콘밸리 이베이 오피스 투자자들은 자산 가치가 떨어지면서 배당금을 2년가량 받지 못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의 ‘1551 브로드웨이 프로퍼티(The 1551 Broadway Property)’도 손실 구간에 있다. 5년 전 한국투자증권과 하나대체자산운용이 사들인 미국 워싱턴 소재 ‘센티넬2스퀘어’도 매각이 무산되면서 손실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당국과 업계도 해외 대체투자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박해식 연구위원은 “해외 대체투자 부실화가 시장에 잠재한 다른 리스크와 복합적으로 현실화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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