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총집결 與, 호남 공략…'5·18 설화' 성난 민심 돌리기 안간힘

▲김명수(왼쪽부터) 대법원장,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김기현 국민의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이 18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뉴시스)

국민의힘이 18일 5·18 광주민주화운동 43주년을 맞아 광주에 총집결했다. 당 지도부는 이날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는 등 김재원 최고위원의 설화로 성난 호남 민심 달래기에 주력했다.

김기현 대표를 비롯한 여당 의원들은 이날 광주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석하고 묘역을 참배했다. 여당 소속 의원 114명 중 해외 출장 등 공무상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곤 대부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민주의 문’ 근방에는 ‘윤석열 정권 타도’, ‘김건희 수사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이 세워졌다. 일부 시민들 사이에선 “윤석열 대통령은 낯짝도 두껍게 어떻게 여기에 올 수 있냐”며 고성이 나오기도 했다.

이날 김 대표를 비롯해 여당 의원들은 기념식 마지막 식순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여당의 행진곡 제창은 지난해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5·18 망언’ 등 김재원·태영호 의원의 잇단 설화 논란을 수습하고, 내년 총선이 1년 남짓 남은 시점 '불모지'인 호남 공략을 가속화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김 대표는 ‘5월 정신 계승’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5·18 기념식 직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그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그 어느 누구나 오월 정신을 계승해 나가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우리 당의 진심이 훼손되거나 퇴색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다. 우리 당의 진정성이 광주와 호남시민 가슴 속에 울림이 될 수 있도록 더욱 힘써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이날 점심 광주의 한 카페에서 광주·전남지역 청년 10여 명을 만나 “(오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면서도 그냥 노래가 아니고 가슴을 울리는 짠한 마음이 있었다”고 심경을 전하기도 했다.

아울러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겠단 의지도 재차 표명했다. 김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겠다고 하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고 우리 당의 입장이기도 하다. 그것을 잘 실천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시기와 방식을 묻는 질문엔 “저희들이 할 수 있는 실천적 방안을 잘 찾아나가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러한 노력에도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지난 3월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에 “반대한다”고 말해 논란을 빚은 후 찾은터라 정부여당을 향한 호남 민심은 차가웠다. 여당의 구애에도 돌아선 호남 민심이 빠르게 회복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광주 동구에 거주하는 최백호(66세) 씨는 이날 기념식을 찾은 뒤 본지에 “(여당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한 것은) 형식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말로만, 앞에서만 사과하고 진정성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5월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한다는 것도 매번 말로만 하지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지적했다.

광주 시민 임(73세) 씨도 “국민의힘이 달라질 거란 기대는 없다. 하도 당하고 살아서 기대도 안 한다”며 “저는 솔직히 말하면 ‘쇼’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